지구에서 인간의 시간은 얼마나 길까요?
우리 우주는 140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했으며, 우리 지구는 45억4,000만년 전에야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최초의 현생인류가 등장한 것은 겨우 20만년 전의 일이며, 우리가 석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고작 5만년 전인 홀로세(holocene. 지질시대의 최후 시대로 충적세라고도 함. 우리는 지금도 홀로세를 살고 있음)에 들어서입니다. 이 말은, 지구의 나이를 24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최초의 인간은 자정을 불과 40초 앞둔 23시59분20초에 등장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도 우리 인간은 그 시간의 언저리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주라는 공간은 또 얼마나 광대할까요?
우편엽서 한 장을 ‘10억 개’의 별이라고 한다면, 그런 엽서를 쌓아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거리의 16배를 쌓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38만4천Km입니다. 시간당 1,000km를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16일을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얼마나 많은 별들이 우주라는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지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른 비유도 있습니다. “全세계 해변의 모래알 보다 많은 숫자의 별이 우주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우리 은하계에 약 천억 개 정도의 별이 있고, 이러한 은하계가 또한 천억 개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주에는 천억 개 × 천억 개의 별이 있는 것입니다. 숫자로 말하면 10(22)개의 숫자가 됩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해변의 모래알 숫자는 얼마나 많을까요? 전 세계 해변의 길이와 면적을 감안해 단위면적당 모래의 개수를 계산해 보면, 지구상에 있는 모래의 총 개수가 나오는데 그 수가 놀랍게도 10(22)이라고 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숫자를 얼마까지 셀 수 있는가를 연구했는데, 어느 근로자가 밥만 먹으며 정년퇴직할 때까지 숫자만 센다고 할 때, 억을 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검증이 궁금해지네요.
어쨌거나 인간의 일생은 말 그대로 ‘일촌광음(一寸光陰)’의 시간입니다. 정치인의 임기인 4년, 5선을 해서 20년을 하더라도 지구라는 시간의 틀에서 보면 재채기 한번 하는 정도의 시간도 아닙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서 80은 너끈히 산다는 인간의 일생 역시 깜박이는 한순간의 불빛보다 짧습니다. 인간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라는 공간 역시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하찮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해변의 모든 모래알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넓혀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불안, 분노, 절망, 고통 따위가 얼마나 부질없고 하찮은 것인가를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더 깊고 넓게 보고 생각하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일생도 그저 무심히 반복되는 우주 먼지입자들의 움직임과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죽음에 대한 공포 역시 가질 가치조차 없는 하찮은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너무도 짧은 이 시간 속에서, 너무도 좁은 이 공간 속에서, 하루를 감사히 즐기며 살기에도 빠듯한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눈물과 비탄, 한숨과 분노로 채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지혜롭게 산다는 말은, 우주적 시각에서 시간과 공간을 깨닫고, 부질없는 욕심들을 내려놓은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이 아닐까요?
출근길에 어둠을 따라가며, 잠시 부처의 눈과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