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문틈사이로 지나가는 한줄기 햇살과 같다던 시간. 휴일 오후 책을 보며 하루를 보낼 때 일출과 일몰이 마치 차 한 잔 마시며 잠깐 조는 동안의 순간과 같았던 시간. 지난 세월동안 국회, 여의도라는 공간에 머물면서 경험한 시간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짧은 한순간이요, 뜨겁고 숨 가빴던 승진과 성공의 오르막이 얼마나 빠르게 내리막으로 변하는 지를 생생하게 곁에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에 처음 들어와서 지금껏, 과장에서, 국장, 실장, 차관,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도 봤고, 국회의원 대신 가방 들고 발바닥 땀나도록 뛰어다니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들이 중년이 되고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여 배지를 다는 모습도 봤고, 승승장구하며 차관이 되고 장관급이 되어 모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가 금방 퇴직하여 잔뜩 풀이 죽은 공무원의 어깨도 봐왔고, 보좌관 생활하며 산하기관이나 공무원들에게 갑질하다가 퇴직 후 주무관도 쉽게 만나지 못하고 쩔쩔매던 선배 보좌관들도 많이 봐 왔고, 언론사 기자의 명함으로 국회의원과 형님아우 맺고 거들먹거리다 언론사 퇴직 후 이름 없는 회사에서 밥벌이 하러 다니는 초라한 눈빛도 봐 왔고, 장차관 지내고 3선, 4선 국회의원 하다가 낙선하고 한 달도 못되어 병이 들어 저승 가는 사람도 자주 봐왔고, 나라 이끌 리더군에 들어가 천하를 두고 경쟁하다 밀려 떨어지고 변방을 해매다 죽은 사람,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대통령 되었다가 퇴임 후 결국 감방 가서 독방 쓰는 사람, 목숨 끊는 사람도 더러 봐 왔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30년 남짓 나이만 먹고 승진도 없이 보좌관만 하며 곁에서 지켜보노라면, 인간 군상(群像)들의 성공과 좌절, 승진과 쇠락에서 예외 없는 인간사의 영고성쇠(榮枯盛衰)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선 때만 되면 功을 세워 청와대로 가고, 공기업 이사나 감사로 취직하는 보좌관들을 보노라면, 부럽기보다는 왠지 측은하고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왜냐면 그 끝이 예외없이 ‘허무(虛無)’와 ‘부질없음’으로 귀결될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선거철이 되어 권력이라는 등불을 향한 부나방들의 날개 짓이 요란합니다. 초저녁 툇마루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가엽고 안쓰러워 괜히 맘이 아려옵니다. 時間이라는 거대한 마차 앞에, 권력을 향한 ‘인간 사마귀’들의 발짓은 얼마나 초라하고 허망한 것인가요. 타인과 이웃, 나라를 제대로 경영해보겠다는 포부는 아름답지만, 나 자신, 내 가족, 내 친구들에게도 제대로 못하는 졸장부들이 너무도 많아, 바라보는 것조차 참으로 고역(苦役)일 때가 많습니다. 수신(修身)하고 제가(齊家)한 뒤에야 더 큰 꿈에 도전하는 것이 正道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자리를 원한다면, 시간이라는 틀 속의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더 겸손하고 더 가볍게 사는 지혜도 함께 갖춘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새삼 해봅니다.
며칠 뒤면 춘분(春分)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날입니다. 시간의 여행자인 우리 인간이 시간 앞에 더 겸손해지고, 권력에 너무 몰입하거나 빠지지 말고 삶에 있어서 건강한 균형을 찾아가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