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매직아이(magic eye)’가 유행했었습니다. 눈동자에 힘을 풀고 그림을 바라보면, 어느 순간 그 그림 속에서 입체형상이 ‘벌떡 일어서’ 다가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마법의 눈을 경험하는 느낌입니다. 정식명칭은 ‘스테레오그램(stereo gram : 맨눈입체보기)’이라고 하며, 역사는 약 150년 이상이 된 모양입니다.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많은 순간들 속에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힘을 풀고 흐릿하게 보는 순간 또렷하게 실체를 드러내던 야릇하고 흥분되던 경험의 순간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깊고, 세세하게 살핍니다. 남의 허물을 캐기 위해, 남을 비난하기 위해, 뭔가 더 얻어내기 위해, 뭔가 더 배우기 위해 살피고 또 살핍니다. 자꾸만 반복되어 고정된 그런 습관은 심지(心地)를 사납게, 탐욕스럽게 만듭니다. 눈(目)이 주는 고통입니다.
눈을 감고 못 본체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가까이서 살뜰하게 바라보고 살필 일도 참 많지만, 더러는 멀리 떨어져서, 감정의 농도를 묽게 가다듬은 후에,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과 사물, 사건과 현상을 바라보려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입체적(立體的)’인 삶은, 눈의 망막을 살뜰하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 마음의 거리를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지혜를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