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0분 1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새 May 26. 2022

작은 숲 이야기

30분 1글 #7


연희동 한 카페 앞에 열 개 남짓 되는 화분들이 늘어서 있다. 비슷하게 생긴 도자기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위에서 쳐다보면 마치 작은 숲 위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각각의 화분에 담긴 인공배양토도 같은 종류인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카페 주인이 마음먹고 흙을 구해서 만든 조그마한 숲인 것 같았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 작은 숲에 사는 나무 친구들이 생존을 위해 택한 방식은 비슷한 화분과 같은 토양에서 자란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달랐다. 한 친구가 이야기한다.


"자고로 이파리가 넓어야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법이야."


그래서 이 친구가 택한 방법은, 가지를 키우는 데에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고 이파리를 최대한으로 키운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가지가 파의 대보다도 연약했다. 하지만 이파리는 그 누구보다 컸다.



그 앞뒤로 있는 친구들은 생각이 달랐다. 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뿌리가 끝나고 땅을 벗어나기 시작한 직후부터 땅 위로 최대한 많은 가지를 뻗겠다고 결심했다. 수많은 가지들 중 하나만이라도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었을까. 물론 뒤에 있던 친구는 이파리가 큰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양한 가지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이파리도 키우려고 노력했다. 이파리가 무거웠기에 가지들도 많으면서도 굳건해야 했다. 반면 앞에 있던 친구는 가지를 많이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가지들이 연약하진 않았지만, 작은 이파리들만 지탱하면 되었으므로 가지들의 강도가 유연한 편이었다.


가장 왼쪽 가장 앞쪽에 있던 친구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히 자기 중심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친구의 몸통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일자로 뻗은 굵은 나무 줄기 하나였다. 그 위로 짧지만 그 누구보다 빽빽한 이파리들이 덮여 있었다. 왼쪽 가장 뒤편에 놓여 있는 친구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친구는 도시의 조그마한 하루사리, 파리, 모기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빈틈은 가지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무 줄기에도, 나무 이파리에도 조금은 힘을 덜 주고 살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른편 맨 뒤에 있던 '오렌지 자스민'이라는 이름이 붙은 친구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친구였다. 이 친구는 간혹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비를 사랑했다. 자신의 모습도 그렇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이 가지의 강도와 이파리의 크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혼자서 조용히 물방울을 닮은 잎을 만드는 데에만 몰두해왔다. 혼자서만 가지가 허여멀건 색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얘들아, 봐봐. 내 친구가 놀러 왔어."


갑자기 작은 화분에 있던 친구가 말한다. 카페 앞 작은 숲 위로 나비 한 마리가 찾아온 것이다. 이 친구는 그 누구도 꽃피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초여름, 혼자서 묵묵히 꽃을 피워왔다. 덕분에 이파리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맥을 추지 못했고, 키도 가장 작았지만, 나비는 꽃을 가진 이 친구를 가장 좋아했다.




- 지음 피드백 (같은 주제로 같이 글 쓴 지음의 글 : https://brunch.co.kr/@cinemansu12/10)


얘들아, 봐봐에서 작은새가 마치 말하는 듯 했다. 작은새의 글에서는 뭔가 쁘띠petit함이 느껴진다. 아기자기와 작다 혹은 귀엽다... 로 수식하면 뭔가 후하게 말하는 것 같고, 쁘띠 정도가 적당한 말일 듯한 그러한 감성이 있다. 마치 어떤 작은 정원 같은 느낌. 그래서 어떤 글을 쓰더라도 고유한 인장이 묻어나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축제는 누구의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