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므니다

“90만 원 사기당했스므니다”

by 조 경희

"감사하므니다"


지자체 관련 부부사업가의 상담에

집중하다 보니

아가씨 셋이 들어와 앉아 있는 것도 깜빡했다.

의자 하나를 내주다 언뜻 들으니 일본말이다.


" 감사하므니다"

" 어? 일본 분 들이세요? "

" 네~~"


귀염성 있는 얼굴들을 다시 보니

일본여성의 앳된 이미지가 느껴진다.


한국 중에서도 부천에 있는 대학에

어학연수를 왔다고 한다.

'유학을 서울로만 가는 줄 알았더니

수도권 학교까지 오는구나 '


나는 궁금한 게 한꺼번에 몰려와

나이, 학년, 과 등을 몰아쳐 물었다.

순간, 실례일까 싶어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떤 주제로 타로를 볼까 고민한다.

한국에 좀 더 있던 학생이 자연스레 통역을 맡았다.


한 아가씨가 사기문제를 묻고 싶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했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을 보니 마음이 철렁했다.

안타까움 반, 속상함 반으로 마음이 엇갈렸다.

' 외국 유학생들에게 사기를 치다니!'


우선, 가벼운 연예, 결혼 상담을 마치고

사기건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듣다 보니 웃음이 나왔다.


자취하면서 나온 관리비 10만 원을 잘못 보내

100만 원을 보냈다고 한다.

돌려달라고 전화했더니 전화를 안 받는단다.

90만 원 사기당했단다.


본인은 사기를 당했다고 얼마나 자책하고

억울해했을까

외국생활하며 한 달 생활비는 될만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을 것이다.


법이 살아 있다면 절차만 잘 밟으면 문제없는 일인데,

자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문제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처럼 보였다..


받은 사람은 “웬 떡이냐” 싶어

조용히 있으면 넘어갈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으면 꿀꺽할 수 있으리라 여길 때가 있지만,

속내는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심각했던 사기건이 웃음으로 마무리될 무렵,


이 친구들이 어떤 마음으로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BTS 광화문 공연의 여운이 내 안에도

남아 있던 터라 더 궁금했는지 모른다.


그녀들은 한국국적을 얻고 싶고,

한국에서 전공인 뷰티나 메이크업 샵을

내고 싶다고 한다.

한국인과 결혼도 하고 싶다고 한다.


하필 왜 한국일까?

그녀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말 못 하고 참고 있는 답답함이 있다면

한국은 솔직해도 되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단다.

표정이 모두 진심이다.


그녀들을 보면서

과거의 앙금으로만 일본을 볼 수 없는 변곡점에

우리가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활력 넘치는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내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깊숙이 한국 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낯설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또 오겠다는 사요나라 인사에

나는 어느새

반갑게 다시 볼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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