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광장에서 문화의 광장으로
요즘 이사에 필사 책 작업 준비 등으로
심신이 피곤하여 좀 일찍 퇴근하던 날,
끌리는 영화라도 있으면 피로 회복제로
좋을 것 같아 지친 몸을 소파에 던지며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고 사로잡혔다.
BTS가 넷플릭스에서 무대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광화문 광장에서.
많은 아미와 외국인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국 갑옷을 현대식으로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열창을 하고 있었다.
BTS 뒤로 흥례문이 보이고 한국 전통의 선이 흘렀다. 핸드폰 빛을 흔들며 신이 난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넷플릭스에서의 생중계 방송을 낯설게 느끼면서도
처음에는 그저 반가웠다.
그동안 정국의 활동만을 보아서, 오랜만에 멤버들이 모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 공연은 멤버들의 군 복무 후 첫 복귀 무대였다
그 순간..... 이 공연이 달리 보였다.
단순한 무대는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월드클래스 BTS.
아리랑으로 한민족의 혼을 깨우며 문을 연 컴백이었다.
그것은 컴백의 의미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정서를 품은 노래로 시작해 세계를 향해 뻗어 가는 무대였다.
마치 한국 문화가 자기 뿌리를 안고 세계와 만나는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가슴에 들어온 것은 광화문광장의 변화였다.
늘 시위 공간으로만 쓰였던 광화문 광장이 문화공원으로 쓰였다는 것이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왕궁을 품은 광장은 오랫동안 시위로 몸살을 앓았고, 외국인에게 우리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광화문은 갈등과 외침의 장소였다.
미래는 세종 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보는 가운데 세계 국기가 휘날리는 세계 문화공간에서
인류가 하나로 만나는 장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슴 한편에서 올라왔다.
BTS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아미와 청년들이
한국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서울과 부산, 광화문, 작은 상점까지도 활력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페인, 필리핀, 남미, 인도 등 수많은 외국인들이 BTS를 보러 비행기 타고 왔다고 한다.
전쟁으로 이기는 힘보다
문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더 크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여러모로 지쳐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라 안도 쉽지 않고 청년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후 70년 동안 초 고속으로 성장한 반면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줄 누군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이 인기 있는 가수로서만이 아닌
절망 속에 길을 찾는 청년들에게 메신저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어찌 보면 BTS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생각한다.
BTS의 컴백은 귀환의 의미 넘어
한국 문화가 다시 한번 세계를 향해
문을 여는 순간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