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돌아가는 길

참새와 방앗간

by 조 경희

출근길에 갓길에 차를 대고 달려간다. 하루도 어김없이 들러 가는 곳이다.


아점을 든든히 먹었으니 오늘은 그냥 지나쳐야지, 배도 부른데. 그런데 어느새 붕어빵 앞에 서서 손을 내밀고 있다. 팥을 듬뿍 넣고 찹쌀로 빠삭하게 구워 아삭아삭 고소함까지 더한 그 맛이 나를 붙잡는다.


세 손가락을 펴고 붕어빵을 주문하는데 저쪽에서 여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웃으며 걸어온다.

“참새 왔어요?~”

"아~참새"

그 한마디에 나는 참새가 되어 버렸다.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 친근하면서도 어딘가 들킨 기분이 들어 마음이 쪼그라든다. 그래서 속으로 다짐한다.

'이제 그만 와야지.'


그런데 그 결심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다음 날도 참새는 방앗간을 찾는다. 주차하고 달려오는 나를 보며 사장님은 묻는다.

“오늘은 몇 개~?”


마치 짜인 각본처럼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겨울에만 허락된 시간이라 생각하면 괜히 더 애틋하다. 봄이 오면 이 습관도 끝이겠지 싶어, 지금을 조금 더 누려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같은 자리에 서는 걸까.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지나쳐도 되는 길인데. 어쩌면 나는 붕어빵을 사는 게 아니라, 익숙한 나를 확인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보름째 방앗간을 돌아 가고 있다.

갈림길에서 우회전으로

홱 틀어 버리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하다.

아침마다 준비하던 동전도 필요 없고

천 원짜리 종이돈도 떠오르지 않는다.


주차하고 달려가는 긴장감도 없다.

입안에 고이던 침도 더 이상 고이지 않는다.


방앗간이 안 보이니 설레는 마음도 없다.

참새가 방앗간을 몹시도 사랑해서 설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방앗간 없어도 상관 없다는 듯 여유롭게 출근을 한다.


인간은 길들이기 마련이라더니,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가 루틴을 정한다.

의식이 행동을 좌우 하지만, 행동이 바뀌면 의식도 바뀐다.


한때 첫사랑 같은 감칠맛과 풋풋함이었던

올 겨울은 벌써 입춘을 맞았다.

이제는 나도 추억의 문을 잠시 닫고, 봄을 준비하는 큰 기운으로 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