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글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by 이 유림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늘 책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책이 재미있다.’라는 것을 알고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시골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입학식 날 내 이름 석 자만

겨우 쓰는 아이였다.


5, 6학년쯤 어느 날, 놀러 간 친구 집 다락방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만화로 된 위인전집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책들이 그것이었다.


책들을 읽으면서 내용을 잊을까 봐, 다시는 못 볼까 봐 어린 마음에도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는 책을 알게 되었다.

책이란 책은 다 관심 있었고 좋았다. 진짜 행복했다.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시기가 이쯤이다.


중학교에서는 도서실, 고등학교는 시 동아리활동, 대학교에서는 학보사 기자로 책과 글을 계속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된 뒤로는 더 이상 글을 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짧게나마 지속됐던 글쓰기는 끝이 나고 일기와 낙서로 혼자 끄적이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편안한 날보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날이 더 많았던 날.

잘하려 했던 일들이 내게 불리하게 돌아온 날.

혼자 울어도 후련해지지 않는 날.


무슨 말을 해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날.

말하지 않아도 이유를 묻지 않았으면 하는 날.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으면 하는 날.


그럴 때면 음악과 함께 시작된 낙서는 몇 시간씩 넘어갔다.

일부러 재미난 책을 골라 읽기도 했다.


낙서는 오래된 일기장으로 이어졌고, 그곳에는 날 위로하는 글들이 조금씩 채워졌다.

그러고 나면 속상한 일도 조금은 가볍고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그게 좋았다.

시간 지나 그때 일을 얘기할 때가 와도 그때만큼 아프지 않은 게 더 좋았다.


낡은 일기장 작은 귀퉁이에 적힌 글처럼, ‘내 이야기를 한 번 적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브런치 도전의 이유가 되었다.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 느낌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

좋은 글과 좋은 책을 자꾸 찾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다른 이를 위로할 깜냥은 더더욱 안 되는 나이지만,

그저 부담 없이 편안한 눈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는 것.

그게 나의 목표이다.


글 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아주 어리고 어린아이.

이 세상이 낯설어서 아직 누구에게도 말 걸지 못했던 아이.

호기심에 매일 구경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이.

어렵게 시작했지만 그 선택이 잘됐다고 생각하는 아이.


나의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먼 훗날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뒤돌아 보지 않으며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갈 것이다.


나의 계단은 늘 한 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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