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 소소한 순간들
눈발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흐린 하늘이 무거워 보인다.
간밤에 못다 꾼 꿈이 아직도 나를 흔들고 몸뚱이는 가지런히 누워만 있다.
올여름에 이곳으로 이사 온 후 나는 잠이 늘었다.
예전에 있던 곳과는 비교가 안 되게 조용하고, 특히 차 소음이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에 살던 곳은 신도시로, 도로가 주변이라 봄, 가을에도 문을 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도로 주변도 아니고, 집 근처엔 야트막한 공원과 산이 있어 소음과 먼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여러분, 이런 날은 아침부터 괜히 분위기 잡지 마시고 신나는 음악으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해요.”
이 시간이면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목소리는 언제나 경쾌하게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다.
커튼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밤새 더 노랗고 빨갛게 물들인 공원의 단풍을 보며 마음을 잠시 열어 본다.
‘봄에 초록으로 사랑스럽게 와서는 가을에는 이렇게 예쁜 단풍으로
너를 마주하네’
눈과 마음은 벌써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진다.
흐린 날씨가 아쉽기만 하다.
‘오후에는 화창하겠지.’
짧은 바람만 간직하고 뒤돌아 선다.
이제부터 진정한 나의 시작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부엌이다.
ㄷ자 모양인데, 양옆이 길게 빠졌고 정면에는 큰 창이 정면으로 보여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그 창으로 꼬리 지어 출근하는 자동차들도 보이고, 해질 녘이면 노을빛이 멋들어지게 퍼지는 것도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 집을 정할 때부터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이 부엌 구조였다.
큰 창과 넓은 ㄷ자 구조.
그 덕에 식탁 놓은 공간은 다소 협소해졌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창가 앞에는 앙증맞은 다육이 하나와 행운목을 놓았다.
다육이 모양이 파인애플 모양이라 볼 때마다 야자수 느낌이 났다.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적당한 햇빛 때문인지 어렵지 않게 잘 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했다.
아무런 근심 없이 하루를 열 수 있다는 것.
내가 요즘 바라는 가장 큰 욕심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같이 별 탈 없이 무난하게 흐르기를.
내가 바라는 것은 언제부턴가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닌, 아주 평범하고
지극히 보편적인 소소한 일상이 나의 바람으로 들어왔다.
나이 탓이 좀 있지만, 한 번 잃어 본 일상의 소중함에 나는 오늘도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뭐라도 잘 챙겨 드세요.
아프면 젤 속상해요.
감기라도 안 걸리게, 그리고 나중에 꼭 얼굴 봐요’
산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다.
고마운 햇살은 오늘도 내 부엌 창으로 무람없이 들어와 앉는다.
#에세이 #일상 #감성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