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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에 다시 읽는 빨간 머리 앤!

아무튼 동화

by 해운대 줌마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육십 인생길에 다시 만난 빨간 머리 앤은

느끼는 법을 잊은 나에게

감수성 처방전 같은 책입니다.



아침에 환기하려고 창문을 여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더라구요.

새벽녘에 몰래 빗님이 다녀갔다 봐요.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만큼이나 기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지요.


“와! 무지개다. 무지개! 무지개가 떴어요!”


파란 하늘에 색색깔 머리띠를 두른 듯

참 곱기도 하네요.

먹구름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해님이

우리 두 살배기 손주 얼굴처럼 귀여워

찡긋 윙크할 뻔 했어요.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니?”

~앤의 말~


이런 눈부신 아침이면

앤이 잔뜩 설레는 목소리로 상냥하게 말을 걸어 오네요.




하늘에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워즈워드 시~


무지개를 본 날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나만 그런가요? 히힛



결국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란

굉장히 멋지고 놀랍고 신나는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그런 날들인 것 같아요.

~앤의 말~


행복전도사 앤이 또다시 시를 읊듯이 속삭입니다.


앤의 성장 스토리를 찬찬히 읽으며

찐쌀처럼 앤의 말들을 곱씹어 봅니다.

내 건조한 삶에 투영시켜도 보며

나날이 새로워지고 성장하는 기쁨을 느낍니다.


앤은

지하 100미터 깊이쯤 떨어진

내 감수성을 쓰윽쓱 끌어올려 준답니다.


앤은

내 무디어진 설렘과 감탄하는 능력을 작동시켜

소박한 일상에서도 자잘한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

끝내 행복한 마음을 길어 올려주지요. 히힛


그 무엇보다

앤을 다시 만나고

자연과 세상, 사람들.

삶이 더욱 아름답게 여겨지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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