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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경 Jul 24. 2020

소년시절의 너: 끝나지 않은 싸움

정궈샹 〈소년시절의 너〉(2020) 리뷰


현재(2020-07-24) 상영중인 영화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년시절의 너'는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위의 포스터는 아니고, 한국 메인포스터는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나 예고편의 분위기도 그렇고 너무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추구하는 듯한 영화였다. 나는 원래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상영관이 얼마 없어서 폭우를 뚫고 꽤나 떨어진 곳에 가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이것이 학교폭력을 다룰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아련함과 '장난스러운 키스'의 설렘을 담았다더니, 전혀 다른 결의 영화다. 영화는 학교폭력, 자살, 상해치사 등 무거운 범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첸니엔은 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학우의 몸 위로 옷을 덮어주고, 관련된 사실을 경찰에 말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의 무력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경찰에서는 첸니엔에게 그렇게 심한 일을 당하고도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말을 하는데, 영화에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신고를 한다고 해도 학교라는 특수한 구조 자체를 학생 혼자의 힘으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폭력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현장실습생들의 자살에 관한 글을 보았을 때, 나와 같은 성인이었다면 일이 힘들면 일을 그만두는 것을 먼저 선택하겠지만(모두는 아닐지 몰라도), 청소년들은 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성적, 대입, 부모의 기대, 사회의 시선, 도와주지 않는 친구들, 어른들과 같이 복합적인 요소가 폭력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가해자 무리의 한 아이가 첸니엔을 발견하지만 모른 척을 해주었던 부분이다. 가해자 무리 중에서도 원치 않게 행위에 가담하고 있는 학생들이 실제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은 가해 행위를 돕지 않으면 피해자의 위치가 될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한다. 현실적이어서 비참했던 부분은 결국 영화 속 그 학생이 첸니엔이 다시 폭력을 당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첸니엔은 가해 학생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고의가 없었다. 그러나 첸니엔이 한 행동으로 인하여 가해 학생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첸니엔과 같은 입장의 학생을 비난할 수 있는 걸까?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는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첸니엔이 겪었던 생생하고도 끔찍한 학교폭력을 보면,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으며 현실적으로 도와줄 어른이 한 명 없는 상황에서, 첸니엔이 폭력을 벗어날 수 있었던 현실적 방법이 그 외에 얼마나 더 주어졌을까 싶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이어진다. 학교폭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물씬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십 년이 조금 안 되었지만, 분명 그때도 학교폭력이 존재했고, 지금도 학교폭력은 존재하며, 아주 오래전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 바로 학교폭력이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폭력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학교폭력에 관해서 우리는 항상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지나온 시기니까. 힘들어도 참아, 견디면 돼, 하는 식의 무책임이 이러한 방관을 낳지 않았나 반성하고 대책을 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드높아져 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극장을 찾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나중에라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어떤 의미로 마케팅을 한 것인지는 알겠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사람들이 지나칠만하게 구성되어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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