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부터 어제 저녁까지 틴더를 사용했다. 대부분 2-3일을 쓰고 지웠다 다시 까는 경우도 많았기에 완전한 두 달 사용 후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성별에 상관없이 5-6명 정도의 사람을 직접 만나보았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한 친구와는 열 번을 가까이 만났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만남이었겠지만 올해 내게 있어서 가장 강렬한 추억이 되어준 친구.
하지만 결국 내가 틴더를 접게 된 것도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오묘함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오픈 릴레이션쉽에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서 애착이 생기고 말았다. 그 사람이 틴더를 사용해 다른 누구와 만난다는 것- 혹은 만나지 않더라도 사소한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큰 질투와 불안으로 다가왔다.
결국 틴더에서 만나 즐거웠지만, 틴더로 만났기에 유난히 쉽지 않은 관계가 되었다. 어떨 때는 연인 같음에 도취되고는 했지만, 결국 연인으로서 행동을 할 수 없는 관계가 힘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틴더를 사용해 힘들었다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만남과- 이로 인해 신뢰를 쌓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믿지 못할 것도 없었다. 내가 그 친구를 만나면서도 틴더를 사용했지만, 틴더로 만났다고 해서 그들과 잔 것도 아니고, 또 그 친구만큼의 특별함을 느끼지도 못했다. 타이밍이 아주 좋게 만난 이들은 오히려 다음날이 되면 어색해서 연락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틴더를 통해 시간을 들여 쌓는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만남, 지독히도 좋은 타이밍은 운명이란 단어를 믿게 한다. 하지만 다음날 깨어나면 그게 얼마나 자기도취적인 감정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는 결국 운명보다는 관계의 성실함을 믿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성실함을 기대하기에, 틴더라는 어플을 사용하는 내내 나는 너무나 불안했고 휘청였다.
앞으로 다시 데이팅 어플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늘 정신과에서 심심하다는 감정도 결국 외롭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심해서- 외로워서 다시 시작할 수는 있어도 근 두 달만큼 순수하게 틴더에 몰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말 진심을 다해 즐겼다(?)고 해야 할까.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지만,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고 나도 신뢰감을 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후회가 남는다.
그래서 틴더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드리고 싶은 팁(?)이란,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되면 주저 없이 틴더를 영영 지워버리는 걸 추천한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라고 틴더가 있는 게 아닌가요? 싶을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에게 몰두하는 만큼 오히려 본인의 마음도 덜 불안해질 수 있다. 내가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그들도 그럴 수 있다는 거니까. 차단이나 방을 나가버리면 고작 끝나는 인연이라는 거니까. 굳이 틴더가 아니라고 해도 이별이라는 게 그렇지만, 이토록 빠른 이별을 감당할 준비는 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