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1 수요일
그간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 글을 읽어보니 그때의 내가 제법 총명했구나(?) 싶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같은- 내가 통과해 온 다른 누구를 보는 것 같아서 낯설었지만 재밌었다.
나는 이제 한국나이로 31살, 만 나이로 29살이 되었다.
올해 생일이 넘는다면 만으로도 30살이 되어 20대와는 완전한 작별이다.
나의 20대는 미움과 증오와 슬픔으로 가득했다.
20대에는 10대, 혹은 그 이전의 유년기에서 풀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안고 끙끙거리며 사느라 바빴다. 정신과도 다녔고 약 없이는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기도 했다. 출근을 했는데, 공황이 와서 반차를 쓰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도 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차마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바닥에 쭈그려 앉기도 했었다.
여기에 적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정말 놀라울 만큼 그 모든 시간은 내게 지나갔다.
'지나갔다'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물론 이는 단순하고 과하게 축약된 표현이지만, '지나갔다'라고 표현하기까지 분명 힘들었을 테지만. 이제는 과거가 되고 말았다.
나는 이제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는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죽어서도 용서하지 못하는 죄였다면, 나도 용서하지 못했겠지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어서도 용서하지 못할 일이 아니면 미워하지 말자. 그리고 그럴 수 있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2023년이다.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연애에 전념한 시기였다. (물론 회사도 다녔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회사에 썼어야 할 에너지까지 연애에 많이 당겨다 쓴 것 같다.)
나는 20대 초중반까지 연애경험이 없었고, 누군가를 좋아하거나/호감이 있어도 사귄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주위에서는 그 나이까지 어떻게 연애를 못했냐/서로 쌍방 마음이 있었는데도 관계가 발전되지 않은 거냐 많은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그냥 정말... '연애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쩌면 어머니와 아버지로 이뤄진 공동체에서 자라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연애를 고려하기에는 나의 어머니 이슈(?)가 너무 컸기 때문에, 다른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나만의 공간으로 독립하게 되면서, 가족들을 덜 보게 되면서, 어머니를 '내' 어머니가 아닌 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아닌 한 인간에 대한 동정과 이해를, 용서를 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연애가 가능했다. 물론 첫 연애인 만큼 나는 서툴렀고, 상처도 많이 줬다. 하지만 당시의 그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분명 그 무렵의 어떤 시기를 견디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에 연애란, 원가정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정을 꾸리는 일 같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진정으로 가정을 꾸리는 경험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났을 때의 가정에서 벗어나 내가 선택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는 것.
그렇기에 내가 보고 자란, 원가정의 모습이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나한테는 슬픈 말이지만 연애 상대의 가정환경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 아주 터무니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원가정에서 정서적으로 독립한 사람이라면, 가정환경이 연애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불안정했고, 아직 독립의 발걸음을 떼고 있던 때라... 내가 보고 자란 것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그런 점이 즐거운 때도 있었는데, 재취업까지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불안하다. 예전처럼 회사가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내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회사를 나올 수는 없는 시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대의 회사에서는 회사가 내 목에 칼을 들이밀어도, 내가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버텨야 하는 시기란 생각이 든다. 회사=나의 삶 일부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와 내 삶이 분리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회사 밖에서 나의 삶을 꾸려보고 싶단 마음이 든다.
30대에는 후회 없이 일에 불탈 수 있기를. 그리고 사랑에도 후회가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