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단계의 사랑
싫증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명시된 것보다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단순히 싫은 감정이 아니라, 언젠가 한 번 좋아했던 것이 질린다는 느낌에 가깝다. 재밌게 즐기던 게임을 어느 날부터 접속하지 않는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맛있던 음식이 여전히 좋지만 처음 같지는 않을 때. 나는 그러한 감정을 싫증이라 생각한다.
처음과 같지 않은 마음은 연애에 있어 치명적인 요소로 분류되고는 한다. 권태기라거나 질렸다는 단어, 설렘과는 반대되는 무던함이 연애에 있어서는 꼭 유해한 감정으로 묘사되고는 한다.
하지만 그 무던함이란 편안함이라 부를 수도 있는 감정일 것이다. 나는 어쩌면 사람이 성징 하는 것처럼 사랑에도 나아가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태어나 유아가 되고 청소년과 성인의 단계를 거치는 것처럼, 사랑 역시도 눈만 봐도 할 말을 더듬게 되는 설렘에서 어떠한 충동이 일지 않는 덤덤한 단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설렘이 편안함이 되는 것은 어쩐지 우리에게 섭섭함을 주지만- 그 섭섭함이 한 단계 나아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숭고해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