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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의범 Oct 27. 2024

중간고사를 치르는 비선형적 자세

  언어는 대개의 경우 좌에서 우로 흐른다. 끝까지 흘렀다면 한 가지 결과로 귀결된다. 즉,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과정을 구축하고, 해당 방향으로 흘려 보는 것과 같다. 누구나 상식으로 여길 명제이기에 이에 반하는 방식은 보통 고려되지 않는다.


  교수님께서 설정하신 A+ 영역이 어느 방향인지는 대략 알려져 있다. 그러한 관점으로 보아, 내가 '4.5' 혹은 'A+'를 얻기 위한 지름길은 '족보 암기'다. 이는 가장 거대한 변수 x일지니, 자잘한 군소 변수를 일일이 통제하지 않더라도, 그 거대한 흐름은 고득점의 영역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x 이외에도 y, z를 고려한다. 그 외에도 군소변수 x_2, y_2, z_2, ~ n를 잔뜩 집어넣고, 결과를 지켜본다.


변수 y) 언어는 좌에서 우로 흐르지만 거꾸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변수 z) 물리적 거리를 두고 텍스트를 한눈에 보아 '흐르는 시간'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

변수 占쏙옙) 텍스트를 그래픽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변수 ...) 아니면 연결이 굉장히 미약해 보이는 변수를 추가해 볼 수도 있다.

......


  중점으로 둔 변수에 따라 결과도 홱홱 바뀐다. 결과의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A+에서도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가끔 특정 변수들의 조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결과를 보노라면 목욕탕에서 속옷 바람으로 무언가 외치면서, 뛰쳐나오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성적은 이미 고려 대상에서 멀어졌다. 기존의 관점에서 C-에 가깝더라도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그대로 제출한다. 이것이 내가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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