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왜 조용히 불평한가?

by 드타

내가 낸 세금, 누가 더 많이 쓰고 있을까?

공정하다는 기준은 누구 기준인가?


우리는 누구나 세금과 사회기반인 보험료를 낸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자동차세, 주민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등 이다.

직장인은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이고, 자영업자는 매출에서 꼬박꼬박 계산해서 낸다.

심지어 밥 한 끼를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세금은 붙어 있다.


그런데 묘하다.

세금은 분명히 내고 있는데, 돌아오는 건 별로 없다.


비급여로 병원비는 비싸고, 출산과 육아는 힘들고, 집은 더 멀어지고,

연금은 나중에 줄지 말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낸 세금, 누가 더 많이 쓰고 있는 걸까?


'공정 과세'는 착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은 소득에 비례해서 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맞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의 세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불평등은 조용히, 아주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대표적인 게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이다.


직접세는 소득세, 법인세처럼 소득에 따라 내는 세금이고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주류세, 유류세처럼 소득과 무관하게 소비할 때마다 내는 세금이다.


문제는 간접세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간접세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높고,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소득 대비 세금 부담률이 더 크다.


쉽게 말해, 가진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체감상 더 많이 낸다.

같은 커피 한 잔에 붙는 10%의 부가세는

월 300만 원 버는 사람과 3천만 원 버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감세’는 누구를 위한 정치였는가?


정치권은 종종 “감세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말한다.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감면.

이런 정책들은 겉보기엔 다수에게 이로운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산가나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고 그 돈은 배당되거나 내부유보된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배당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결국 그 돈은 사람들의 지갑으로 돌아오지 않고, 기업 안에만 쌓인다.


또, 종부세를 완화하면 다주택자 부담이 줄어들고 그 결과 그 여유는 자산가 쪽에 남는다.

그 여유가 소비로 돌아오느냐 하면 대부분 자산 재투자로 다시 흘러간다.


이처럼 감세는 ‘좋은 정책’으로 포장되지만, 그 효과는 불균등하게 작동한다.

결국 누군가의 세금 부담이 줄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더 부담해야 한다.


법인도 세금 구조의 피해자일 수 있다.


물론, 세금 구조의 불균형은 단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법인들, 특히 중소기업들도 조용히 손해를 보고 있다.


세무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일수록 실효세율이 더 높다.

자산이나 회계 기술로 절세할 수 없는 구조에서 오히려 세금이 무겁게 작용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정책은 장기 투자나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이 절세나 조세회피 논란을 일으키면서

모든 법인이 ‘불공정한 수익자’처럼 오해받는 현상도 있다.

현장의 수많은 법인들은 정책 대상이 아니라, 조정 대상이 되며

성장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개인과 법인 모두가 세금 구조의 문제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차이는, “누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일 뿐이다.


세금은 ‘느껴지는 것’이다.


세금은 숫자로 계산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감정의 문제다.


나는 이렇게 내는데, 왜 돌아오는 게 없지?

왜 내가 내는 세금으로 다른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것 같지?

이런 감정은 정치적 갈등, 세대 갈등, 계층 갈등으로 번지기 쉽다.


실제로 세금은 그런 감정을 조용히 자극한다.

청년은 연금도 못 받을까 불안한데, 기성세대가 더 혜택 보는 구조

자영업자는 소득 잡히는 대로 세금 내는데, 법인은 회계로 줄일 수 있는 구조

실거주자는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는데, 임대사업자는 세제 혜택을 받는 구조이다.

세금 체계는 소리 내지 않아도, 분명히 누군가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세금도 ‘정치’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세금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계층에게 얼마나 걷고,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국가의 가치 판단에서 비롯된다.

즉, 세금은 이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간판이다.


복지가 잘 설계된 국가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이 걷되,

그만큼 신뢰와 체감 가능한 방식으로 보상한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일부 국가는

고액 납세자에게 병원 대기 시간을 줄이거나,

행정 서비스에서 우선권을 제공한다.

일본의 몇몇 지자체는 일정 금액 이상 납세자에게

공공시설 예약 우선권, 기부자 명예 기재 같은 존중의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처럼 많이 낸 만큼의 대우가 제도 속에 녹아 있을 때,

사람들은 세금을 ‘잃는 돈’이 아닌

공공 안에서 존중받는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구조는 다르다.

걷는 방식은 불균형하고, 쓰는 방식은 불투명하다.

그 결과, 세금은 투자도 연대도 아닌

‘벌금처럼 느껴지는 비용’이 된다.

그게 지금 한국 세금 시스템의 가장 큰 실패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를 냈느냐"보다

"어디로, 왜 흘러갔느냐"를 봐야 한다.


세금도 흐름이다.

그 흐름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다가 소외된다.


그리고 소외는, 불신과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나라가 뭘 해준 게 있냐”는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구조적 정보 비대칭과 불균형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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