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며

딸에게

by 인정

따뜻한 겨울 오후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아침부터 신혼집을 보러 간다는 너의 밝은 목소리에 엄마는 이런저런 생각에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단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본인들이 준비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오히려 아빠 엄마의 노후를 더 걱정하는 네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엄마에게 기쁨만 주었던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한다고 하니 엄마는 참 기뻤단다.

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이란 울타리 안에서 너희들만의 가정을 꾸려 나가는 일은 정말 귀하고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가 너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지.

네가 늘 물었지 "왜 결혼해서 힘들게 사냐고?" 지나온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 엄마에겐 그 힘듦이 삶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돈보다 명예와 내 이름 석자에 목숨 걸듯이 살아온 세월이 다소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그 원칙과 소신은 지금도 엄마 재산이자 살아내는 버팀목이니 네가 엄마의 삶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딸

결혼이라는 두 글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너의 삶으로 만들길 바란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해 끌려가기보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길 바라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오래 묵혀둔 묵은지가 맛있듯이 즉시 해결하기보다 좀 놔두고 기다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

엄마는 기다리는 힘이 너무 부족해서 살면서 좀 힘들었던 같다.

엄마와 딸사이로 맺은 우리의 인연 지금부터는 두 인격체로 각자의 자리에서 신명 나게 잘 살아보자꾸나.

네가 결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너와 나는 엄마와 딸 사이니까.

가끔은 티격태격하겠지만


현명하고 지혜로운 내 딸

너무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편안하고 유연하게 그리고 가끔은 어려운 이들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길 바라며 네 가정도 역시 따뜻한 삶터가 되길 바란다.

아무튼 결혼 준비 하느라 고생 많다.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손 내밀면

꽉 잡아 줄게

사랑해♡

2026.1.31.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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