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비용을 다시 생각하다.
“관리할 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고,
실제로 나도 자주 뱉어내던 말이다.
관용구처럼 입에 붙어 있던 말.
하지만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돈을 벌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방법론을 하나씩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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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관리란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돈에도 구조가 있다.
먼저 돈 관리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개념부터 잡아보자.
일반적인 기업에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 있다.
(그림1. 변동비와 고정비)
이걸 꺼낸 이유는
케케묵은 이론을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
돈의 성격을 나눠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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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비와 변동비 — 기업과 가정의 가장 큰 차이
변동비는 생산량이나 매출과 연동되기 때문에
줄어들면 같이 줄어든다.
반면 고정비는 매출이 있든 없든,
생산을 하든 말든 매달 나가는 돈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사업 초기에
고정비를 줄이고 변동비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비용을 매출에 비례하게 만들면
수익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출이 고성장할 땐
변동비를 고정비화하는 게 유리하다.
고정비는 일정한 수준만 나가기 때문에
매출이 커질수록 이익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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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계는 다르다
이걸 가정 살림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이거다.
가정에서 쓰는 모든 돈은 고정비라는 점.
즉, 쓰는 돈에 맞춰 버는 구조가 아니라
써야 하는 돈이 있고, 거기에 맞춰 벌어야 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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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배운 논리는 집에선 안 통한다
사회생활 하면서 익힌 재무관리 논리들은
회사 바깥, 가정에서는 잘 안 맞는다.
그래서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나는 가계 운영에서의 비용 개념을
이렇게 정리해봤다.
이걸 나누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계부’를 제대로 쓰기 위한 목표 설정 때문이다.
(그림2. 가계 운영비용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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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비용과 지속성 비용
1. 일회성 비용
경조사, 술값, 여행, 쇼핑 등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지 않지만
한 번 나갈 때 금액이 큰 항목들이다.
그래서 가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현직에 있을 땐
수입이 고정적이고 현금 흐름이 원활하니까
한두 달 무리해도 다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면
그 회복 구조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일회성과 지속성 비용을 구분하는 게 애매하다.
질문: 배달앱(배민 등)으로 사 먹는 식비는 지속성 비용일까?
2. 지속성 비용
생각보다 항목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써도 줄일 수 있는 게 많다.
인터넷, 휴대폰, OTT(넷플릭스 등), 보험료 등
한 번 계약하면 이후로는 자동으로 동일 금액이 빠져나가는 항목들.
그래서 통제도 쉽고 관리도 수월하다.
이 항목은 나중에 더 상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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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를 쓴다는 건 ‘절약’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앞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계부 쓰기”, “금전출납부 작성” 같은 걸 얘기한다.
하지만 그걸 도덕적인 태도처럼 접근하면
절약 효과도 잘 느껴지지 않고,
쉽게 지치고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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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가 효과 있으려면 숫자가 있어야 한다
• 내 수입이 얼마인지
• 월 고정 지출은 얼마인지
• 고정적이지 않지만 매달 생기는 유동성 지출은 얼마나 되는지
• 이 중에서 어떤 항목을
• 얼마 절약할 것인지
이 “얼마”가 가계부의 목표가 돼야 한다.
목표가 있어야 측정이 가능하고, 측정이 가능해야 재미가 생긴다.
이게 있어야
가계부 쓰는 재미도 있고,
달성했을 때 성취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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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관리의 궁극적 목적은 삶의 질이다
“내 수입 > 일회성 비용 + 지속성 비용”이면
가계는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일회성 비용을 과도하게 줄이면
사는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일회성 비용을 충분히 쓰고도
가계가 안정적이면 삶의 질은 올라간다.
비용 관리를 말한 이유도,
목표를 세우자는 이유도 결국 하나다.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