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 읽지 않는 글을 계속 쓰는 이유는』

by 이찬우

여태껏 쓴 글들을 쭉 읽었다. 참 많이도 썼구나. 몇 명 읽지 않는 글을 계속 쓰는 이유는 한 겨울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취향과 고집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이며, 타자가 곱게 간 원두를 희석해 목을 축이고 다가올 밤을 버텨내는 일이다. 대부분의 걱정거리는 수용성이어서 이 한잔에 녹는다. 기껏 삼킨 것들이 가끔 식도를 타고 역류하면, 이 또한 차곡차곡 기록한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난 적어도 글을 적을 때만큼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 더 정확히는 그런 기분이다. 마냥 흘려보낸 하루의 밤이 글로 마무리된다면, 그 하루는 글로 흘러간 기폭제이기에 가치 있다. 글은 자칫 잉여물로 남을 뻔한 내가 가진 유일한 잉여물이자 최후의 보루다. 이런 기록엔 자연스럽게 잔존성이라는 보상이 따라왔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 과거로 가는 통로이며 당장 내일의 청사진도 되기도 한다.

살아가는 것이 기준을 두는 일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기준과 타인에 대한 기준, 그리고 세상에 대한 기준까지. 나름의 잣대를 정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소심하게 선을 넘나들며 우리는 세상을 배운다. 나의 기준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단연코 여태 쓴 글이다. 이 오답 노트가 나를 시시콜콜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해 준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나의 잣대를 비수로 타인의 목에 내밀지 않도록, 더불어 이중잣대라는 편협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은 점들이 가늘게 늘어선 실 같기도 해서, 12시 정각의 시계 침처럼 아슬아슬 쏟아질 것만 같다. 혹여나 끊어질까 불안하다. 선의 위치만 신경 쓴 나의 무지에 또 한 번 스스로를 의심한다. 달을 향해 쏘면 별이라도 된다는데, 뜨거운 태양을 향해 쏜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늘 그랬듯이 답을 찾을 것이란 말에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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