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살이 시>
함양 안의면 장날
달콤한 홍옥 사러 가는 그녀 따라
함양 안의면 오일장 구경 가니
의령 장이나 안의 장이나
어수룩한 촌로 일색이다.
앗싸 가오리 뽕짝 쇼 벌어지는 저자거리
촌로들 쌈지 후리는 장사꾼의 넉살 좋다.
농사 진 기라요 이기 다라요 떠리미 해 주이소
난전에 앉은 어수룩한 촌로의 간절한 눈빛
몽땅 주이소 인심 좋은 그녀
홍옥도 땅콩도 싹쓸이 하고
좁은 장터 한 바퀴 돌아 나와 뒤돌아보니
떠리미라던 홍옥도 땅콩도
제자리에 앉아 웃고 있었다.
촌사람이 촌사람 등 쳐 먹는 상술에
떫은 풋감 씹은 그녀 순댓국집 가자네
팔순 할아버지 친구랑 허기 때우러 오셨다
여기 막걸리 한 병하고 순대 한 접시 주이소
세상의 모든 아버지, 내 아버지 같다는 그녀
안면식도 없는 촌로에게 인심 팍팍 쓴다.
고맙소, 고맙소.
인정으로 짓는 복 포만하게 받은 그녀
명절이면 돼지 한 마리 잡아 동네잔치 하던
가난한 시절 떠올리며
감칠맛 나는 고소한 순대 한 입에
덤터기 쓴 것도 본전치기 한 것 같아
소중한 추억하나 건져 돌아오는
함양 안의면 장날.
*떠리미- 떨이의 경상도 사투리
*농촌에 시집 와 처음 맞은 추석 대목이었지요. 함양군 안의면에 가야 홍옥을 산다던 이웃 형님을 따라 안의면 오일장 구경을 갔었지요. 거기 가면 피 순대를 잘하는 집도 있다더군요. 순대를 좋아하는 저는 홍옥보다 순대 먹고 싶어 따라갔었지요. 의령장이나 안의장이나 시골 오일장은 비슷해도 북적거리는 난전구경이 재미있지요. 난전 장사꾼 할머니에게 속아 속상했지만 순댓국집에서 만난 할아버지 두 분의 덕담과 따끈한 순대국밥에 그만 속이 확 풀렸었지요.
지금은 함양군 안의면 장날이 어떻게 변했을지.
홍옥, 그 빨간 사과가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