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시 여행기
계획을 잘못 짠 여행이었다. 더 길게 다녀왔어야 했다. 2박 3일이라니. 수도 타이베이시 한 곳만 둘러보는 데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 나라에서도 내가 사는 지역은커녕 동네에서도 안 가본 곳이 많은데 하물며 다른 나라에서 왜 그랬을까. 좋았던 만큼 아쉬움도 큰 여행이었다.
대만이라는 나라를 여행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홍콩 여행이었다. 국방의 의무가 끝난 기념으로 복학 전에 3박 4일로 다녀왔다.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었고, 특히 음식이 맘에 들었다. 대만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도 보았고, 대만과 서로 비슷한 느낌이라는 후기를 여럿 봐서 대만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을지부터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첫 방문은 역시 그 나라의 수도를 가는 게 좋겠다고 여겼다. 함께 가기로 한 일행이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했고, 나는 숙소의 위치를 중심으로 방문할 장소와 경로를 정하였다. 이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일부만 고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가고 싶은 곳은 너무도 많았다. 오랜 고민 끝에 주요 랜드마크와 방송에서 본 장소들과 음식 위주로 찾아가 보기로 정하였다.
타오위안 공항에 내리니 왠지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섬인 데다 비도 내리고 있어서 무거운 습기가 우리를 마중 나왔다. 흡사 어릴 적부터 여러 번 가본 제주도에 온 기분이었다. 대만의 첫인상은 익숙함이었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곧 친근함이 되었다.
공항에서 타이베이시로 가는 급행 전철을 기다리면서 가지고 있던 생수를 한 모금 마셨는데, 곧바로 역무원의 경고를 받았다. 대만에서는 대중교통에서 음식물 섭취가 금지였고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어딜 갈지 정하는 데만 몰두하여 놓친 부분이었다. 친절한 역무원은 7500달러(한화 약 33만원)라는 벌금 액수까지 말해주며 다음부터 주의하라고 일러주었다.
타이베이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니 대만은 홍콩과는 사뭇 달랐다. 비 때문이기는 했으나 예상보다 추운 날씨에 몸이 으슬으슬하였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코트와 패딩 차림이었는데 나는 후드티 하나만 입고 있었다. 홍콩과 비슷하다기에 더운 줄만 알았다. 그렇다고 집을 나설 때 입었던 겨울옷을 도로 입기도 애매하여 그냥 이동하였다. 다행히 거리를 걷다 보니 조금 익숙해졌다. 더운 것보단 나으니까.
아직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서 숙소로 가기 전에 점심부터 먹기로 하였다. 대만은 역시 우육면이다. 홍콩에서도 먹어봤고 한국에서도 먹어봤지만 맛은 별 차이 없었다. 다만 이전에 먹은 것들보다 양이 조금 더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현지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노포 느낌이었는데 한글 메뉴판이 따로 있었다. 한국인이 정말 많이 찾아가는 모양이었다. 고기는 부드러웠고 면은 꼬들꼬들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매콤한 소스도 조금 넣어보니 칼칼하고 맛있었다. 괜히 한글 메뉴판이 있는 게 아니었다.
숙소에서 우롱차로 몸을 녹이며 잠시 쉬고는 중산역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 나는 또 한 번 친근함을 느꼈다. 각종 상점과 카페들이 모여 있어서 꼭 홍대 거리 같은 풍경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홍대처럼 젊은이가 많았다. 동시에 홍콩의 오래된 거리와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서는 딱히 끌리는 가게가 없어서 거리만 둘러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다음으로 대만의 상징과도 같은 야시장으로 향하였다. 막 영업을 시작하려는 시간에 가서 그랬는지 일부 가게들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늦게 갔으면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었겠으나 그냥 있는 대로 이것저것 구매하였다. 사진에 있는 고구마볼과 소세지 외에 파인애플 티도 한 잔 마셨다. 딱 복숭아맛 아이스티에서 복숭아를 파인애플로 바꾼 것이었는데, 파인애플 조각도 함께 들어있어서 추운 날씨에도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후추빵도 샀다. 위에서 말한 방송에서 보고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대만 음식이었다. 역시 기대한 맛이었고 대만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다. 화덕에서 얇고 바삭하게 구워진 겉의 빵을 한입 베어 물자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돼지고기와 파가 누가 더 즙을 많이 뿜어내는지 대결하였다. 아주 뜨거워서 조심해서 먹어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편의점에서 우육면 컵라면과 맥주를 샀다. "만한대찬"이라는 이름의 컵라면은 액상 스프에 고기도 함께 들어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당연히 점심에 먹은 우육면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육류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에 사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대만은 육류 식품 반입ㆍ반출 금지). 식사를 마친 뒤 TV로 유튜브를 시청하며 대만에서의 즐거웠던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 2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