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애앵" 또 새벽 공습 이스라엘

계엄 사이렌

by Kevin Haim Lee

토요일 새벽 3시 40분. 귀 속에 처박히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또다시 발악을 한다. 어제가 샤밧 안식일이었으니 오늘은 토요일 모두 휴일을 즐기는 새벽이었다.


또다시 이스라엘에서 1,700km 떨어진 이란과 관계가 있는 예멘이라는 아랍 국가에서 탄도 미사일을 쏘았다. 질기기도 하고 왜 자라는 잠을 안 자고 이스라엘 사람 들 잠을 훼방 논는 듯 날 새벽에만 미사일을 쏘아 되는가? 지긋지긋하다.


다시 남편과 딸을 깨워 지하로 대피를 했다. 한참 잠이 깊게 든 상태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휘청휘청하다. 눈조차 뜨기가 힘들었다. 하나둘 잠옷 차림의 이웃사촌들을 따라 한 발 한 발 계단을 내려간다.


잠결인지 깨어있는 건지 모르겠다. 젠장! 오늘 토요일은 다시 잠들기 힘들 것 같았다. 한숨이 새어 나온다.

눈을 감고 있는 딸 옆에서 한숨을 들이쉬고 있는데 이상한 마음이 든 건 몇 초 사이다.


"어, 왜 아이언 돔 폭파 소리가 왜 안 나지?"

처음이다. 대피 후에 미사일이나 로켓이 이스라엘의 방어 시설 아이언 돔으로부터 상공에서 격추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전쟁이 일어난 지 441일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대피하면 10초 사이 안에 울리는 공중 요격 소리에 따라 몇 개의 미사일이 날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 대사관에서 도착한 경고 이메일을 확인하니 탄도 미사일은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옆 동네인 Jappa 도시에 떨어졌고 이 새벽에 1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이번에는 이스라엘 쪽에서 요격에 실패한 것이었다.


언젠가는 내 머리에도 떨어질 것 같다. 이곳에서 내일은 단순히 24시간 후가 아니다. 오늘을 살아남아야 내일이 있다. 나름대로 제일 평범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다들 살아가고 있지만 이곳 상황은 내가 오늘 죽을지도 모르고 내가 아는 가까운 지인도 하루아침에 운명을 다르게 할 수도 있다.


마음을 굳세게 먹지 않으면 멀쩡하게 살 수가 없다. 낮이고 밤이고 언제 어디서 테러가 발생할지 미사일이 날아올지 알 수가 없어서이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별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대피를 끝내고 제일 꼭대기 층인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새벽 4시. 다시 잠들기는 틀렸다. 한국 시간으로 거기는 토요일 이미 아침 11시다. YTN 뉴스 유튜브를 고민 끝에 틀었다.


어수선한 한국에서 뭔가 사태가 명확하게 정리될 새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한다.

없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선포, 계엄해제가 6시간 후에 됐다는 사실 후에 어떤 명확한 결과가 없다.


그분은 여전히 정당함을 외치신다. 갑자기 한국에 사이렌이 울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사일 발포보다 더 놀라운 계엄선포였다. 왜 한국에서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을까? 여기처럼 사이렌이 울렸다면 한국에서 민주주의 국민 아이언 돔이 망할 놈의 계엄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난 이스라엘에서 25년 사는 동안 내가 이렇게 초라하고 위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북한이 아닌 난 남한에서 태어났다고 자부심 있게 항상 소리치며 살았다.


이젠 내가 태어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당분간은 한 템포를 늦추고 나지막이 "코리아"라고 말할 작정이다.

북한인지? 남한인지? 애매하게 대답하고 싶다.


하루빨리 우리나라가 창피하지 않도록 계엄선포의 수치가 신속하게 민주적으로 회복되기를 원한다. 책임자를 찾아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하기를 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스라엘 전쟁 441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