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돌리다 보면 꼭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가 나온다. 전현직 축구감독들이 여자 연예인들을 데리고 축구를 지도하고 풋살장 같은 곳에서 축구를 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울기도 하고, 다치기까지 하면서도 공을 차는 모습에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 거 같아 보기 좋다.
그런데 그게 나와 관련이 있다면 문제는 다르게 느껴진다. 얼마 전 학교 간 동아리 축구대회 개최라는 공문이 왔다. 코로나도 잠잠해졌겠다 이제 슬슬 평소처럼 체육대회를 실시하는 분위기에 동아리 축구대회라고 해서 학년별로 대회를 실시하고 잘하는 팀은 시상을 하는 학교 간의 명예가 달린 아주 경쟁적인 프로그램이다. 나는 공문을 접수만 하고 말았는데 윗선에서 연락이 왔다. 동아리 축구대회에 남학생들은 다른 학교가 잘할 것이니 여학생 팀을 하나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체육의 업무를 맡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예, 그러죠."라고 말하고 돌아서 6학년 선생님들과 상의를 했다.
"일 났어요!" 그렇게 조직된 여학생팀. 축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평소 체육시간에 활동적인 아이들을 소집해서 "축구라고 공차는 건데 해볼래?" 나는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고 당연히 축구팀의 결성이 안되어 무산될 줄 알았는데 모집인원이 후보 포함 8명인데 16명이나 신청했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이었다. 누가 누가 잘한다며 아이들이 추천을 했는데 후보가 차고도 넘쳤다.
'해야 하는 일이구나!'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일은 잘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하고자 하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부터 아침 8시부터 훈련이 돌입했다. 정말 나는 평소보다 엄청 일찍 학교에 와서 훈련 준비를 해야 했다. 고깔콘을 여기저기 배치해서 오늘의 훈련을 어떻게 할까 고민해야 했다. 나중에는 내가 왜? 이토록 열심히 하는가 나도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며 축구 선수 출신도 아니고 그냥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하고 싶었다.
어느 날인가 오전의 정식 연습시간에 잘 안 되는 몇몇 아이들을 오후에 불러 이렇게 해보라며 지도하고 있는데 다른 아이들도 나오더니 스스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래서 여자 축구팀을 만들라고 했구나!' 아이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을 동아리 축구대회를 지도한다고 나에게 플러스되는 건 1도 없다. 오히려 몸은 고되고 집에서도 하도 일찍 나가 아침을 준비하는 집사람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가끔 잠들기 전 내일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 머릿속에 그려보면 그게 그렇게 즐겁다. 물론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 운동장에 소리를 지른 적도 많았고 훈련에 늦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주어 고마웠다.
얼마 전 어느 학부모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 왜 우리 아이는 축구를 시키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정말 살다 살다 운동을 시켜서 항의를 받아본 적은 많았지만 시켜주지 않아 항의받기는 교직생활 처음이었다. 아마도 운동장에서 예쁘게 고른 유니폼을 입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 보다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이런 항의는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처음부터 최고급 유니폼과 신발, 양말까지 풀 세트로 주문을 해줬다. 다행히 학교 예산을 많이 지원해 줘서 훈련시마다 좋은 간식과 장비를 제공해 줄 수 있어 지도하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훈련을 받으며 그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성격까지도 알게 되었다. 평소 수업할 때의 모습과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뭔가 나와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끈이 느껴진다. 그게 믿음이란 끈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윗선의 명에 약간 당황했고 사실은 어떻게 하면 안 할까? 잠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건 나의 일이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니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시합이다. 결과야 어떠하든 나와 아이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동아리 축구대회는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