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영어센터란 곳에 근무할 때이다. 초, 중학교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위해 1주일씩 숙박을 하며 하루 종일 영어만 쓸 수 있도록 좋은 기자재와 숙박시설 등 최신의 시설을 갖추었고 나는 1주일에 한 번씩은 숙직을 해야 했다. 영어를 좋아하던 그렇지 않던 이곳에 들어온 이상 영어를 배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영어로밖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로 이틀 정도 속, 머리 등 몸이 아프다고 하는데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이곳 생활을 매우 즐기며 지내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학생이 전자사건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 당시 도난 사건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1주일간 영어를 써야 하는 아이들이 그나마 전자사전을 통해 위안을 얻었기에 전자사전은 이곳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필수품이었다. 선생님들은 일반적으로 잃어버린 학생이 어디다 놓고 잃어버린 줄 알고 천천히 찾아보라고 했지만 고가의 전자사전이 발이 달리지 않은 이상 도대체 찾을 수 없었다. 급기야 선생님들까지 총동원되어 전자사전을 찾아봤고 그동안 뭔가 분실되었다 찾았던 선생님들의 노하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숙소는 4명이 2층 침대 두 개로 사용하는 구조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 모두를 강당에 내려오게 한 뒤에 "남의 물건을 가져가면 큰 벌을 받는다" 등 별의별 감언이설로 설득을 시키고 "혹시라도 실수한 사람은 오늘 만은 모든 게 용서되고 이유를 묻지 않겠으니 한 명씩 숙소로 가서 제자리에 갖다 놓아 달라"며 전자사전 찾기 대작전을 펼쳤다. 나는 당연히 전자사전이 제자리에 올 줄 알았다. 이 방법이 좋겠다고 여러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와 상의 끝에 실행했기에 틀림없이 주인에게 돌아올 줄 알았다.
"없어?" 잔뜩 기대에 찬 선생님들이 잃어버린 학생에게 물었다.
"예"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모두들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급기야 CCTV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방에는 CCTV가 없지만 복도 양 끝은 CCTV가 달려있었다. 처음으로 CCTV를 돌려봤다. 아무리 돌려봐도 별 다는 이상 상황이 없었다. 수업을 듣기 위해 제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할 뿐 특이한 상황이 없었다. 아이들의 침구류 세탁을 위해 1주일에 한번 이불보를 바꿔주는 사람만 보였을 뿐 그 외에 어느 누구도 아이들 방을 들어가는 게 보이지 않았다.
'아~' 이제 어쩔 수 없다. 전자사전 찾기 대작전을 하느라 아이들이 수업도 빼먹고 이래선 안 되겠다는 결론을 얻어 센터 예산으로 그 전자사전과 똑같은 모델을 구입해 주기로 했고 이건에 대해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같이 근무하는 사무를 봐주는 젊은 여자분이 어디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CCTV를 보고 싶다고 하기에 봐도 소용없다고 얘기하고 옆에서 같이 CCTV를 봤다.
"이상 없죠?" 나는 체념한 듯 얘기를 했다.
"저분 이상한데..." 그 젊은 여자분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이불을 교체하러 방에 들어가는 젊은 남자였다.
"누구요? 아~ 이분 방마다 이불 교체해주는 분이에요."
"그런데, 다른 방 보다 이 방에 3초가량 더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 남자는 다른 방 보다 전자사건을 잃어버린 학생 방에 조금 더 있다 나오는 게 보였다. 여러 선생님들이 CCTV를 몇 번을 돌려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젊은 여자분이 한 번에 침구류를 교체하는 남자가 정말 몇 초 더 있다 나오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다른 선생님들을 다시 CCTV 앞에 모이게 하고 그 남자의 행동을 보라고 했더니 모두들 정말 그렇다 그 남자를 당장 불러오라고 했다. 나는 반신반의했다. 설마! 우리 센터와 계약이 되어 있는 업체인데 피해를 줄리가 없지.
다음날 나는 그분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세탁 업체 사장과 그 아르바이트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찾아왔다고 한다. 잃어버린 전자사전을 들고 왔고 센터에서는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고 용서해주기로 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 남자의 행동은 사소한 것으로 여길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의 몸과 마음을 괴롭게 했다. 서로를 의심하게 했으며 센터에 들어온 모든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여러 번 빼앗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자사전을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정말 신기한 경험은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내가 CCTV를 여러 번 돌려봐도 몰랐던 일이 젊은 여자가 한 번에 알아 차린 것이 놀라웠다. 오히려 우리 센터와 연관된 사람이 이런 일과 관련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기본 밑바탕에 깔려있었기에 전혀 그분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충격이 더욱 컸던 기억이다. 그분이 만약 이 글을 본다면 한 번의 실수는 모두들 이해하고 넘어가 줄 테니 앞으로는 착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오래전 일인데 갑자기 출근길에 생각나는 이유를 모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