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by 정수TV

어느 날이었나 집사람이 어떤 문제로 주말 내내 후달리게 했다. 나의 잘못도 아니고 내가 좀 더 처갓집에 살갑게 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나는 나의 아이들도 컸고 우리 집안을 잘 건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 생각 들지 모르겠지만, 나의 아버님께서 외부적인 것에 신경 쓰며 살다 일찍 돌아가시면서 나의 마음속에 나의 가정이 항상 우선이라 생각하게 된 듯싶다. 그런데 이번 건은 정말 나에게 심하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주말 내내 뭐라 하고 눈치 주는데 이보다 더 괴로울 수 없었다.

그렇게 지옥 같던 이틀이 흘러 학교로 근무하러 가게 되었는데 이곳이 천국이었다. 가정이 어려울 때 직장이 있어 숨통이 터지고 사람 사는 거 같았다. 물론 해야 할 일도 많고 아이들 지도하는데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가정의 고통만 하겠는가? 정말 오랜만에 드는 감정이었다. 직장이 있어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지금 상황이 무엇이 문제이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가정에 있을 때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고통스러웠는데 직장에 나와 여유가 생기니 상황이 정리되며 나의 대응도 정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해졌다.

직장은 그런 것인 듯싶다. 일단 돈을 벌게 하여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어 즐겁고, 나의 자아실현에 한발 다가설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가정의 어려움을 풀 수 있어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좋다. 혹시 직장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에게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났다. 주말에 역시 집사람에게 후달리고 '이제 학교에 가면 기분 좋겠지?' 속으로 웃으며 주말을 마치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교에서 선생님 간에 의견 충돌이 나고 말았다. 나는 한발 물러서 나의 의견을 접었는데 상대편에서는 끝까지 본인의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심히 마음을 상하고 말았다. '어, 이상하다. 학교 와서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데 이건 아닌데' 주말에 집사람의 악담보다 직장생활 속에서 의견출동이 더욱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이 아무리 악하게 굴어도 이보다는 나았다. 가정의 고통은 직장생활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다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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