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는 희한하게 건강염려증이 있다. 무엇을 먹을 때도 항상 이게 몸에 좋은지 아니면 좋지 않은지 걱정한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생활해야 하는데 그 정반대로 삐쩍 마르고 온갖 병치례를 다 해 걱정스럽다. 병균이란 게 어느 정도 몸에 들어와 줘야 몸도 더욱 강해진다고 생각 드는데 세균이 무섭다고 항상 멀리하려고 하니 오히려 병에 더 잘 걸리는 모습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그렇게 병원을 좋아하는지 감기라도 걸리면 매일 동네 병원들을 쇼핑하듯 돌아다닌다. 저녁 때 새로운 약봉지를 보면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구나'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고등학생 때 화학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1992년쯤 서슬 퍼런 화학시간에 선생님께서 열심히 설명하시고 귀담아듣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선생님이셨고 매우 학식 높으셨다. 주제는 해양생물인 오징어의 먹물 속에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화학시간인데 생물을 다루고 있는, 언 듯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화학을 설명하시다 이쪽으로 넘어온 듯싶다. 그렇게 오징어 먹물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었고 선생님께서 한참 설명하고 계신데 같은 반 어느 아이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다. 당시로서는 질문이 있다는 게 신기한 광경이었다. 모두들 그 친구를 쳐다봤는데 선생님께서 "어, 질문해 봐라"라며 평소와 다른 모습에 약간 놀라시는 표정이셨다.
"선생님, 그럼 오징어 많이 먹으면 사람이 죽나요?"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선생님 표정을 일 그러 졌다. 순간 깨닫게 되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 시절 선생님 말씀에 토를 달거나 쓸데없이 웃다가는 결과가 좋지 않을 시절이었다. 선생님께서 화가 나셨는지 순간 분위기가 얼음처럼 굳더니 말문을 여셨다. "야, 인마, 오징어 한 마리 먹는다고 사람이 죽냐? 500마리쯤은 먹어야 죽는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깊은 학문을 가르쳐 주시는 화학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내가 태어나서 오징어 많이 먹으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들은 바가 없다. 오직 이 수업시간에 들은 건 마치 보물과 같은 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오징어 500마리를 한 번에 먹으면 어차피 배 터져 죽을 것이다. 이후 살벌했던 수업이 끝난 후 그 질문을 한 녀석에게 다시는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몸은 어느 정도의 독도 약이 되는 듯싶다. 너무 몸에 좋은 것만 먹을게 아니라 때로는 안 좋은 것도 소량 먹음으로 몸의 적응력을 높이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게 중요한 듯싶다. 평소에 운동을 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듯 우리 몸도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어느 정도 단련이 필요한 듯싶다. 그래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강건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