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일생

by 정수TV

저녁 베란다에 잘 말려 놓은 곶감을 하나 먹으려 하는데 친한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나의 친구들은 모두들 정서적으로 떠나가고 이제 남은 후배 한 명. 그래도 나는 이 후배가 참 좋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통한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나에게 남은 소중한 한 명의 친구 같은 후배이다. 먹던 곶감을 내려놓고 반갑게 수화기를 들었다.

이런저런 학교 얘기를 하다 내가 급식을 먹을 때 보았던 장면을 이야기했다. 사실 그날 수업을 하며 매우 힘들었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가며 수업을 했는데 정말 스스로 생각해 봐도 기운이 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입맛은 없지만 억지로 급식을 먹고 있는데 저쪽에서 급식을 도와주시는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시니어 클럽이라고 나이가 많은 신 분들에게 아르바이트처럼 일자리를 주고 적지만 약간의 급여를 준다고 한다. 하긴 올해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처음엔 급식 업체사장님이 아이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시니어 클럽 분이라니 약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특히, 오늘처럼 마음이 울적한 날 뵈니 내가 너무 나태한 마음으로 살고 있지 않았나 반성도 되었다.

이런 마음을 이야기하려고 말을 꺼냈는데 그 후배의 말은 내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자기도 나이 들어 퇴직하면 시니어 클럽뿐 아니라 학교에서 잠을 자는 당직일을 하겠다고 한다. 후배의 아버지는 교직에서 배우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퇴직 후 15년쯤 흘렀는데 지금은 가정에서 매우 좋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고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도 물론 퇴직 후 일을 해야 한다라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후배의 말을 듣고 보니 선택이 아닌 필수로 느껴졌다. 나도 추석연휴 때 1주일 정도 가정에서만 지내다 보니 몸이 편한 게 아니라 집사람과 언쟁만 깊어질 뿐이었다. 퇴직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 1주일의 경험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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