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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yper Mar 10. 2022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지난 시점에서

-그들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들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3월 10일, 오늘 유난히 날씨가 따뜻합니다.

확실히 이제는 겨울이 아닌 봄이 된 것 같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더욱 마음은 힘들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3월 9일, 어제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선택하는 선거가 있었죠. 

3월 10일 새벽 2시 30분을 전후로 윤곽이 드러났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됐습니다.


새벽 2시 반 침대에 누워 잠을 한 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5년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면서 윤석열을 나의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하며,

그가 펼칠 정책과 정국을 상상하니 너무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들자면 참 많이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대통령이 된 현실 속에서 그 이유를 들기보다 내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는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현듯 제가 만나는 선생님들이 생각났습니다. 

80대의 고령이 되신 선생님들은 한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부딪히며 지금까지 견딘 분들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분들이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깊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게 걱정하는지를. 


그런데 오늘의 결과를 보고 그분들의 삶의 궤적을 생각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1945년, 올 것 같지 않던 독립을 맞이한 한반도에서 희망이 꿈틀댈 것 같았지만 1947년 여운형 선생님과 1949년 김구 선생님이 암살을 당하고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 됩니다.


1960년, 전쟁과 이승만 독재를 경험했던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민족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특히, 고등학생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주도해 이승만을 하야시켰습니다. 그 기쁨도 잠시 5.16 쿠데타로 박정희가 등장합니다. 


1971년, 또다시 10년여에 걸친 독재를 경험했던 시민들은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도 김대중 당시 신민당 후보에게 엄청난 지지를 보냈습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1972년 박정희는 유신을 선포하고 더 추악한 독재자가 되었습니다.


1980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박정희 군사정권은 1979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막이 내립니다. 그리고 1980년 '서울의 봄'이 옵니다. 그때 청년들과 시민들의 마음을 상상해보면 이제야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광주 518 민주화운동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국가에 의해 피를 흘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두환이 등장합니다.


1987년, 또 그렇게  7년의 독재정권 하에서 숨을 죽이며 살았던 시민들은 다시 한번 거리로 나왔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아니 나의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 결과, 헌법 개정을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기대에 부푼 상황에서 맞이해야 했던 대통령이 바로 노태우였습니다. 그때의 좌절감을 과연 이루 말할 수 있을까요..


1990년, 소련이 붕괴되고 세상이 변했습니다. 노태우 정부도 동방정책을 펴며 무언가 이제는 외부적 요소에 의해 국내 정치에도 변화가 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싸웠던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3당 합당.. 을 합니다. 그리고 1992년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됩니다.


20대 대선을 바라보며 황망한 마음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답답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해방 후, 지난 50여 년의 세월 속에서 매번 좌절을 경험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그래도 지금은 나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슬퍼하되, 좌절하지 말고, 다시 맛있는 밥을 먹고 신발끈을 조여매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분들에게 살아생전 고 신영복 선생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30년 전에 박정희 시대에 박정희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고 죽을 뻔하고 무기징역만 20년 넘는 감옥생활을 했는데, 30년 지난 시점에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네?"


신영복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웃으며 하셨다고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그 웃음은 웃음이 아니라 애써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셨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호흡을 길게 가져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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