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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yper Oct 10. 2023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갑자기 국정원 등장?

-갑작스러운 국정원의 등장, 왜?-

 이상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오후 12시경 갑자기 국정원이 등장했다. 포털 뉴스 메인 상단에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국정원의 선거 관련 보도를 송출했다. 표면적으로 그 보도의 내용은 지난 두 달 동안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진행했던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 관리 점검 결과다. 그러나, 보도의 내용과 형태, 그리고 시점의 측면에서 이상하다.


<사진> 2023년 10월 10일 12:00에 보도된 연합뉴스 보도기사 화면이다. (출처: 연합뉴스)


의문스러운 보도의 내용형태 그리고 시점


 먼저 보도의 내용은 간단하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국정원이 가상 해킹을 시도한 결과 대선과 총선 등 국내 주요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관리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킹으로 선거의 결과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그러면서 언론보도들은 국정원의 발표자료를 그대로 옮겨 현재 선관위 선거관리시스템은 언제든지 북한이 공격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다소 진부한 ‘북한’의 등장이다. 


 다음으로 보도의 형태는 마치 국정원과 선관위가 싸우는 양상이다. 분명 기사에 따르면, 이번 결과는 국정원, 선관위 그리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이라는 세 기관이 지난 7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합동으로 진행한 보안점검 결과다. 그러나 보도의 형태를 살펴보면, 국정원의 일방적인 선관위 공격, 그리고 이에 대한 선관위의 해명으로 구성된다. 세 기관이 합동으로 보안점검을 했다면, 그 결과를 공동 기자회견 또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발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70%이 이상이 국정원의 일방적인 발표에 근거하고 있으며, 20%는 선관위는 해명 보도자료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국정원의 예상치 못한 선제공격에 선관위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마지막으로 보도의 시점이다. 앞선 보도의 내용과 형태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이 바로 ‘시점’이다. 보도 시간은 일반적으로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에 발표되었고, 시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바로 전날인 10일이다. 전자의 경우,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대를 제외하고 가장 뉴스를 소비하기 좋은 시간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어떻게 분석하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상관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고 맞는 첫 번째 선거라는 점과 구청장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율이 22.64%를 기록하며 역대 지선·재보궐 선거 중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보도의 시점은 더욱 의혹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국정원의 이 같은 행보는 내용, 형태 그리고 시점 모든 부분에서 질문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왜 그랬을까? 


 첫 번째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명분용이다. 행정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정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선거 판세가 여당에게 매우 불리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다소 큰 격차로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록 언론은 현재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지만, 정당은 내부적으로 매일 선거 판세를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연히 여당과 행정부가 공유할 것이다. 만약 그 여론조사 결과가 약 5% 내외라면 통계적으로 동률이기 때문에 이 같은 국정원의 발표는 필요 없다. 그러나 현재 판세가 10% 이상 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정원의 이 같은 발표는 미리 선거 결과에 대한 명분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 


 특히, 여당과 행정부 입장에서는 선거 이후의 여론지형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야당 측에서 대통령 책임론 또는 견제론에 불을 지필텐데, 이때 여당과 행정부는 오히려 선관위의 투표 관리 시스템의 미비함을 지적하며 현 선관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노태악 위원장임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도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노태악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대대적으로 공격한 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국정원 발표는 여당과 행정부는 오히려 선거에서 지고 수세적인 태도가 아닌 선관위의 투표 관리 시스템의 미비와 그 선관위의 수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라는 점으로 역공하기 위한 전 단계로 보인다. 


 두 번째는 국정원 내부의 불안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책결정을 설명하는 1962년 앨리슨의 의사결정이론 가운데 하나를 빌려 상상해 본 것이다. 앨리슨은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대처하는 케네디 미 행정부를 보며 이 이론을 정립하였는데, 한 국가의 외교정책의 결정과정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직과정모형으로 이는 특정 외교정책은 그 정책과 관련 있는 부처들 간의 경쟁에 따른 결과물로 보는 견해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외교부의 정책, 국방부의 정책, 그리고 통일부의 정책이 모두 다들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행정부가 선택하는 정책은 소위 이 세 부처 가운데 가장 힘이 센 부처의 견해가 채택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 하에 국정원은 존재론적 위기감과 불안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행정부의 모든 주요 보직을 현재 검찰과 검찰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들을 해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물론 최근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서훈, 박지원 국정원장은 대북한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대북관계도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국정원의 역할이 매우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원은 내부적으로 불안과 고심이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안과 고심이 국정원으로 하여금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번 발표를 야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국정원이 굳이 지금 이 시점에 나선다는 것은 일반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점심시간에 갑작스러운 국정원의 등장은 여로모로 의아하다. 이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점의 이 같은 보도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정원은 물론 여당과 행정부의 전략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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