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할까?

-중동에서의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by kuyper

4,150명. 10월 17일 기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4,000명을 넘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으로 인한 이스라엘인의 사망자 1,400명, 팔레스타인 당국은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의 사망자 2,750명을 각각 발표했다. 이 두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망자는 군인이 아닌 일반 시민(civilians)이다.


중동 전체로 번지고 있는 전쟁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악화일로를 거듭하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미국 등 새로운 국가 개입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독일 국영방송인 DW NEWS에 따르면, 지난 며칠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지역에서 로켓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블루 라인(Blue Line)으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 지역은 1967년 이후 지속적으로 영토분쟁이 있는 국경선이다. 현재 이 국경선 부근은 10,000여 명의 국제연합(UN) 소속의 평화유지군이 활동해야 할 만큼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서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쟁지역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에서 60석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지만,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의해서는 테러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진11.jpg <사진-1> 2006년 이 국경선 부근에서 250여 명의 헤즈볼라 군인과 1,000여 명의 레바논 시민들이, 160여 명의 이스라엘 병사가 사망했다. (출처: dwnews)


다음은 이란이다. 17일(화) 중동의 알 자지라(Al Jazeera)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선제공격(preemptive action)을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자 이 같은 공식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이란이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이란의 이 같은 발언은 위험에 처한 하마스를 돕겠다는 표현이자 동시에 이 전쟁이 중동 전체의 전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vs. 하마스의 전쟁’이 ‘이스라엘 vs. 하마스(팔레스타인) + 헤즈볼라 (레바논) + 이란의 전쟁’으로 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란 외무장관.jpg <사진-2>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란은 물론 다른 국가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경고를 날렸다. (출처: Al Jazeera)


난감한 미국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결국 미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BBC, CNN 등 다수의 유력매체들에 따르면, 오는 수요일(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격적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계획을 비롯해 전쟁 상황에 대해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거의 모든 매체들은 17일(화)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 병력 2000명에 사전 배치 명령을 내렸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마치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맞추어 전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CNN 보도를 확인해 보니 내용은 다소 달랐다. 현재 미국의 해상신속대응군(US Marine rapid response force)이 이스라엘 영해를 향해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 병력이 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CNN 보도의 표현처럼, 이는 개입이 아닌 중동지역에서의 미 국방부의 군사태세(military posture) 강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미 국방부의 이 같은 조치의 목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이 위함이다. 또한, 현재 이스라엘 영해로 향하고 있는 이 부대에 실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보병은 없으며 군 자문, 의료 지원과 같은 임무를 담당한 병력으로 구성되었다. 결국 미국의 이 같은 대처는 군사적 행동이 아닌 정치적 행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는 현재 미국의 속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조처다.


사진3 .jpg <사진-3> CNN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상신속대응군이 이스라엘 영해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출처: CNN)


미국의 속사정은 난감하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되면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전쟁은 중동 전체로 번지게 되는데,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우방이었던 사우디의 최근 행보, 지난 10년 간 일대일로 정책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영향력 강화로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와 영향력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로 미 의회 셧다운 위기까지 겪은 미국이 또 하나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다.


그러나 중동의 중요성과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고려할 때, 현재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 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외교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두 가지인데, 첫째는 미 국무장관 앤서니 블링컨(A. Blinken)의 행보다. 지난주 블링컨은 이 전쟁이 중동지역의 갈등으로 확전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동 구석구석 동분서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링컨은 5일 동안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Tel Aviv)를 시작으로 무려 10군데를 다녔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어떻게든 이 전쟁이 중동지역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4.jpg <사진-4> 뉴욕타임스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지역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둘째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J. Sullivan)의 발언이다. 설리번은 지난 일요일 뉴스 방송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과 관련해 어떠한 요청이나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전쟁과 관련해 미국은‘기본적인 원칙’(basic principle)에 입각해 행동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 기본적인 원칙은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설리번의 모호한 발언은 이날 오전 사우디 리야드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UAE, 카타르, 요르단 등 아랍 지역의 수장들이 모여 최근 전쟁으로 인한 우려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었다. 즉, 미국은 어느 한 나라의 편에서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시작해 중동 전체로 번질 위기에 있는 이번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다시 말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 되는 양상인데, 휴전 중인 한반도는 과연 안전지대일까? 이를 위해 북한의 속셈, 즉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의 사고를 추리하며 중동에서의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또는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의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들은 내부적으로 남한을 향한 무력도발을 요구할 가능성은 커졌다.


첫 번째 이유는 최근 미국이 보이는 미온적 태도다. 이는 달리 말하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라고 할 수도 있다. 소련이 붕괴하고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즉각적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를 제재했다. 그리고 중동지역의 안정이라는 명분 하에 34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을 주도적으로 창설해 전쟁에 참전했다.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은 공중과 해상을 가리지 않았으며, 특히 지상군 투입까지 불사하며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몰아냈다. 약 10여 년 흐른 2003년에도 미국은 9.11 테러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미국의 공격은 20일 만에 바그다드를 함락했다. 전면적인 군사작전이었다.


이처럼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제적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행보는 매우 다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군사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도 미국은 개입을 머뭇거리고 있다. 단지 중동의 중요성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고려해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수뇌부, 특히 군부는 자신들이 남한에 무력도발을 감행해도 미국이 쉽사리 개입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현재 남한에 미군부대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여력이 없는 미국이, 2024년 대선을 1년 앞둔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미국이 가할 수 있는 조처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은 여러모로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하마스는 2006년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당이자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기구지만, 미국과 서방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테러리스트 집단에 불과하다. 이에 미국과 하마스 사이에서 정치는 물론 경제적인 교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하마스가 전쟁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하마스에게 경제제재를 가해도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미국에 의해 전방위적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남한을 향해 무력도발을 한다고 해도 미국이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제재도 사실상 없을뿐더러 미국이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오히려 북한과 중국·러시아와의 결속력만 강해질 공산이 크다.


세 번째 이유는 현재로서는 북한의 몸값, 즉 협상력이 사라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앞선 두 가지 이유가 주로 북한 군부가 가질 수 있는 관점이라면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의 외교라인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북한의 외교라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보면서 미국이 모든 관심을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과 중동으로 옮겨갈 것을 우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하는 북한이 미국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협상력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북한의 고질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자리매김하길 오랫동안 원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트럼프 행정부와의 회담들이다. 북한은 지난 30여 년 간 생존을 걸고 개발해 온 핵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공을 들였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서 북한이 조금이나마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며 북한이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높은 순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모두 중동지역의 안보에 대해서는 전략과 정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에 대한 정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수뇌부들은 미국의 관심을 사기 위해 국지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리하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열흘 만에 중동 전체로 확전 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미국인 것으로 보인다. 난감해진 미국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과연 북한의 수뇌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외교정책 역사와 맥락을 고려할 때 북한의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들은 남한을 향한 무력도발을 계획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즉, 중동지역에서의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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