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단순하게 사는 토란잎

안도현, '토란잎'

by 인문학 이야기꾼

토란잎

-안도현


빗방울,

토란잎의 귀고리


이것저것 자꾸

큰 것도 작은 것도 달아보지만

혼자 다 갖지는 않는

참으로 단순하게,

단순하게 사는 토란잎


빗소리만큼만 살고

빗소리만큼만 사랑하는 게다

사랑하기 때문에 끝내

차지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거다


귀고리

없으면 그냥 산다는

토란잎


오랜만에 비가 흠뻑 내립니다. 토란잎도 좋아서 비를 맞이합니다. 빗방울을 모아 크고 작은 귀고리와 반지를 만들어 이리저리 굴려봅니다. 빗방울 귀고리와 반지는 토란잎이 좋아하는 보석입니다. 토란잎은 힘들게 만든 그 보석들을 혼자 다 갖지는 않습니다. 빗방울로 만든 귀고리를 하나만 남기고 도르르 굴려서 남들에게 다 줍니다. 빗소리를 사랑하고 빗방울을 사랑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혼자만 다 차지할 수 없음을 압니다. 빗방울을 움켜쥐고 있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토란잎은 하지 않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해를 구경하며 살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삽니다. 귀고리가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있으면 있는 대로 나눌 줄 아는 토란잎의 삶을 참 단순합니다. 그 단순함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단순하게 삽니다. 그러면서도 알토란 같은 알을 땅속에 간직하고, 눈부신 꽃을 지상에 선사합니다.


토란잎이 빗방울을 혼자 다 차지하지 않고 도르르 굴려서 남들에게 주는 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고 표면장력(表面張力)이라고 부릅니다. 가느다란 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잎을 가진 토란잎이 자신이 좋아한다고 비를 다 흡수하면 줄기가 지탱할 수 없기에 스스로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표면장력을 지녔다고 말합니다. 내려놓지 않고 간직하고 있으면, 남들이 보기에는 그 화려한 보석이 좋아 보일지는 몰라도 자신은 줄기가 부러지고 그러면 잎도 무사하지 못함을 알기에 토란잎은 아무리 소중한 보석일지라도 내려놓을 줄 압니다.

바둑에 정석(定石)이 있습니다. 반 집이라는 추상적인 집을 만들어 승부를 가리는, 그 치열한 승부가 있는 바둑에서도 혼자만 이익을 보려고 하지 않고 이익과 손해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어 돌을 놓는 것이 정석이죠. 혼자만 이익을 보기 위해 정석(定石)을 무시하고 포석(布石)을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것은 바둑에서 다반사입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겠는지요?

내가 가진 것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토란잎으로부터 배웁니다. [사진출처] 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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