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음식은 왜 늘 달콤할까

설탕을 끊으면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나 설탕의 모든 것 시리즈 A

by 조종주

위로 음식은 왜 늘 달콤할까

설탕의 모든 것 시리즈 알쓸설탕 A-14


실연한 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낸다. 야근 후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집어 든다. 시험이 끝나면 케이크를 주문한다.


왜 우리는 슬프거나 지칠 때 하필 "달콤한 것"을 찾는 걸까?


영어에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말이 있다. 기쁨과 안정을 주거나,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1966년 미국 일간지 '팜비치 포스트'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라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데일리 푸드앤메드, 2019). 한국에서는 "힐링 푸드" 혹은 "소울 푸드"와 비슷한 맥락으로 200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나라와 성별에 따라 위로 음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이상희 교수팀이 수도권 대학생 4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슬픔을 느낄 때 남학생은 술(32.5%), 초콜릿(11.4%) 순으로, 여학생은 초콜릿(21.3%), 술(14.6%), 매운 음식(9.9%) 순으로 위로 음식을 찾았다(학술지 '감성과학' 게재, 코메디닷컴 2015.8.24). 문화권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은 따뜻하고 잘 차려진 탄수화물 음식을, 여성은 초콜릿·과자처럼 조리가 필요 없는 달콤한 음식을 컴포트 푸드로 인식했다.


하지만 문화를 넘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위로 음식에는 거의 예외 없이 당분이 높거나, 지방이 높거나, 둘 다 높다는 것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이렇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코르티솔은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한다. 뇌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해 줄 단맛을 갈망한다. 이때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되어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분비되고,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진다.


여기에 기억의 차원이 더해진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호떡, 어릴 때 먹던 아이스크림, 시험이 끝나고 친구와 나눈 케이크 — 달콤한 음식에는 따뜻한 기억이 뒤엉켜 있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고립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컴포트 푸드를 먹는데, 이때 음식의 맛 자체보다 그 음식이 불러일으키는 "소속감의 기억"이 더 큰 역할을 한다.


미국 버팔로 대학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컴포트 푸드를 실제로 먹지 않고 "먹는 상상만 해도" 심리적 안정감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건 음식의 화학적 효과보다, 그 음식에 연결된 정서적 기억의 힘이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메커니즘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슬플 때 단 것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지지만, 혈당이 급등한 뒤 급락하면서 더 큰 피로감과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실험에서는, 설탕을 과다 섭취한 그룹이 스트레스가 없음에도 스트레스에 노출된 그룹과 유사하게 뇌의 해마(기억과 감정 조절에 관여)에 변화가 나타났다. 달콤한 위로가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슬플 때 초콜릿 한 조각을 먹는 건 괜찮다. 하지만 "매일 밤 아이스크림 한 통"이 루틴이 되고 있다면,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몸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참고 자료

데일리 푸드앤메드, 「스트레스 심할 때 찾게 되는 컴포트 식품은 무엇?」, 2019

코메디닷컴, 「기분 좋을 땐 고기, 슬플 때 당기는 것은?」, 2015.8.24 (이상희 교수팀 연구)

리얼푸드, 「단 맛으로 스트레스 푼다? '스트레스만큼 뇌 손상'」, 2017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연구)


다음 편 ― 「제로콜라는 정말 괜찮은 걸까」: 설탕 없이 단맛을 내는 그 물질, 얼마나 알고 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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