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어두운 면을 그대로 책으로 녹일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하루아침에 예고도 없이 알 수 없는 뇌손상으로 인해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까지 잃게 된 중증장애아의 엄마가 된 저자. 이렇게까지 사소하고도 솔직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러한 불가해한 일 앞에서 누구나 길을 잃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세상엔 다 각기 다른 삶들이 있고 저마다 다른 사연들을 안고 살아간다. 책에선 그것이 일어난 이유가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아닌 어떤 일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그걸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것에 대해 작가는 왜 내가 내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편해졌다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이런 황당한 삶의 전개에 편안해야 하고 감당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기꺼이 받아들이기까지 해야하는 것이냐는 태도를 보였다.
p45 돌이킬 수 없는 변화란 사실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고 거기에 의심이나 주저함 같은 건 없었다. 거기에 예고나 계획, 예측 연습 같은 건 없었다.
p49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몇 개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 세계가 깨지는 경험” 이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현실을 부정하다, 문제의 직접 원인을 제거하려 해보기도 하고 현장에서 도망치려다, 숨거나 숨기다가, 때론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을 찾아보다 어딘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생각했으며 헝클어진 세계에 다시 규칙을 부여해 보다 사람들 속으로 자신을 들어가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으며 끝내 마지막엔 앞으로도 이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할 것이라는 에필로그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