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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13. 2023

마녀의 식탁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먹는 건 필수사항이 이지만 무엇을 먹느냐는 선택사항이다. 젊을 때는 대충 아무거나 먹고, 가끔씩 폭식도 하고 굶기도 하고, 술을 마셔도 대부분 회복되지만 나이가 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람마다 체질이 모두 달라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한가지는 명확하다. 만약 목적을 위해 음식을 선택한다면 그건 지속 가능한 식단이어야 한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지속가능성'은 모든 상황에 다 들어맞는 단어인 거 같다. 인정하기 싫지만 하기 힘든 것들-운동과 좋은 식습관-는 계속 노력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쉬운 것들-달달한 디저트나 치맥 즐기기-은 노력을 안해도 저절로 된다. 따라서 특정한 식단을 따르겠다면 그 식단을 평생 혹은 몇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시도해야 요요현상을 안겪을 거다. 차라리 안하는 게 나아요!


오십대 아줌마들의 식습관 문제는 주로 살빼기와 연관되어 있다. 먹고 싶은 것은 모조리 살찌는 음식인데다 갱년기 이후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살찌는데 특화되고 다이어트 열풍이 불 때마다 시도하고 실패하는 바람에 비상사태에 돌입한 몸은 가능한 칼로리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변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나이들면 살이 조금 있어야 보기가 좋아" "살이 너무 없으면 면역력이 나빠져"라고 '살'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배가 나와야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면 - 우리 엄마의 지론 -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내 고민은 살짝 결이 다르다. 몸무게는 정상범위에 들어 있었으나 근육이 워낙 안생기는 체질이어서 젊은 시절에도 팔뚝에는 허연 두부살이 달랑거리고 푹 퍼진 엉덩이 덕분에 바지도 27 혹은 28 사이즈을 입었으니 아마도 마른 비만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마른 비만이라는 말도 없어서 그 상태로 계속 가면 나이들어 당뇨병 같은 성인병으로 직행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통증 때문에 시작한 운동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봤지만, 오십대가 되어 갱년기에 들어서자 몸이 또 변했다. 그나마 운동을 지속해서 그런지 다른 아줌마들처럼 안면홍조나 식은땀, 불안감이라는 증상은 전혀 없는데 반해, 음식을 처리하는 속도와 힘이 줄어들었다는 게 큰 문제였다. 위는 말짱해서 일반적인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이 아닌데도 먹으면 불편했고, 가장 큰 문제는 배변이었다. 약을 먹어도 화장실에 가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적게 먹어서 그러니 많이 먹고 '밀어내기'를 해보라고 말했지만 내장 기관의 근육조차 힘이 없는 나에게는 최악의 방법이었다. 팔다리 근육은 운동을 해서 그나마 근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내장의 근력을 키울 방법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식이섬유가 부족한가 싶어서 채소를 잔뜩 먹고 하마처럼 물을 마셔도 실패! 그 분야에 특화된 한의원에도 갔지만 실패!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장 질환으로 유명한 병원에도 가봤지만 거기서 주는 약을 먹으니 온몸이 차가와지고 바싹바싹 말라버리는 것 같은데다 효과도 없어서 완패! 그 병원에서 효과를 봤다는 사림들도 많던데, 난 그 엄청난 약을 먹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난감했다.


할 수 없이 음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단 단 것을 팍 줄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쌀과자도 포기하고 자주 먹던 시리얼도 끊었다. 달달한 간식과 떡을 가능한 안먹기로 했다. 자타공인 빵순이가 하얗고 부드러운 빵을 포기해야 하다니,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엄마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갖은 양념이 들어간 엄마의 음식도 포기했다. 사람들은 '집밥'이라고 하면 모두 건강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태생부터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 영양소가 너무 풍부하고 진하다고 여겨지는 음식을 처리하기가 힘든 것 같아서 정말 최소한의 조리만 하고 먹기 시작했다. 즉 거의 대부분을 쪄서 먹는 거다. 양념도 안하고 드레싱도 안먹는다.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 모든 식재료에는 본연의 맛이 있다. 싱거운 식재료에도 본연의 단맛과 짠맛이 들어가 있어서 그걸 느끼기 시작하면 굳이 양념을 할 필요가 없거나 아주 최소한만 해도 된다.


현재 기본 식단은 이렇다 -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정말 이상한 식단이라는 거, 느무느무 잘 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이건 기본이고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뭔가 더 먹기도 하고, 분량을 더 늘리거나 줄인다.

아침 - 병아리콩과 렌틸콩을 쪄서 으깬다음 미숫가루 한스푼을 물과 함께 섞어서 걸쭉하게 만든다 (성인 수저 로 한 개 분량), 우유 한컵을 데워서 인스턴트 커피 조금 넣어 만든 카페라떼와 아몬드. 통밀식빵 1/2.

점심 - 채소와 생선(연어 혹은 흰살생선) 등을 넣은 달걀찜, 통밀빵 반쪽, 과일 약간 (점심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저녁 - 달걀 찐 것 한개, 우유에 오트밀 넣어 데운 것과 아몬드.

간식 - 과일이나 블루베리를 넣은 당 함량 3%짜리 요거트


딱 이것만 먹는 건 '절대' 아니다. 나도 사람이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달달한 빵도 먹고, 다크초컬릿이나 과자도 먹고, 맥주도 마신다. 단, 매일매일 먹지 않는다. 이런 류의 간식들은 중독성이 강해서 계속 먹게 되는데, 일주일 이상 먹으면 몸상태가 달라지는게 확연히 느껴지므로 간격을 두고 먹으려고 아주 많이 노력한다.  

마녀의 수상한 식탁

누군가에는 극단적 다이어트 식처럼 보이겠지. 이런 걸 먹고 사느니 차라리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먹고 좀 일찍 죽겠다고 하겠지. 하지만 오래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 건강하기 위해 하는 거고, 다행히 나는 식탐이 없는 편이다. 음식이나 패션만 빼고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어서, 인생의 낙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으므로 현재 식단에 전혀 불만이 없다. 즉 내게는 지속가능한 식단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평생 이것만 먹고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뭔가 더 맞는 게 생기거나 또다른 식단을 찾았는데 내게 잘 맞는다면 다시 변화를 주겠지. 왜냐면 지금도 내가 가진 문제가 약화되긴 했지만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기에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걸로 옮겨가는 게 맞고, 내 몸도 계속 변하니 그에 맞춰서 바꿔줘야 한다.


" 마법의 탄알은 없어요 "


또한 내게 좋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권고하거나 선전할 의사는 전혀없다. 단, 만약 건강 문제로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유행하는 다이어트 식단을 무작정 따르거나 알약 하나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에게 맞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정확하게 안다. 아마 다들 문제점을 알고 있을 거고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테니까. 부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공하길! 


어떤 음식 전문가가 한 말이란다 

"Tell me what you eat, then I'm gonna tell you who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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