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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별과 바람과 책 <1>

소소한 독서 이야기

by Stella

우연히 너튜브에서 '알쓸별잡'을 보게 되었는데, 요즘에는 천문학자인 심채경 님과 물리학자인 김상욱 님에게 특별히 눈길이 갔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면서도 생소한 분야에 관한 대화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어린시절 즐겨 읽던 금성출판사 백과사전이었다. 거기에는 행성과 별과 혜성, 은하수 등등 우주 사진을 비롯하여 신기한 사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서울 하늘에서도 은하수와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자리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집 마당의 장독대 위에 올라가 별자리를 찾기도 했다. 또한 아동용 과학도서와 SF 소설책도 즐겨읽던 기억도 새삼 떠올랐다.


어라,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군! 호기심이 솔솔 피어오르고, 내친 김에 근처 도서관으로 갔다. 어려운 책들은 일단 패스하고, 펼쳐봐서 그래도 완독을 할만한 책 두 권을 빌려왔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지음

어린 시절에 우편으로 배달된 작은 소책자를 심심할 때마다 읽었던 것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에세이 류의 책을 사거나 빌려 읽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혹은 내가 지금 그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 요즘은 그러한 책도 가끔 빌려보는 중이다.


심채경 박사의 학부-대학원-박사후과정 연구원 시절과 그 이후에 관한 이야기다. 신변잡기에 약간의 천문학적 지식이 양념처럼 뿌려진 맛있는 책이다. 소위 '이과생' 답지 않게 묘사도 잘 되어 있고 읽기 쉬우나 가볍지 않다. 간단히 말해서 단순 명료하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쓰인 책이다.


최소한 나의 기준으로는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대단한 정보가 담겨서가 아니라 저자의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고, 내용이 무겁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원자에서 인간까지] - 김상욱 지음

내가 물리학 책을 읽을거라고 상상한 적은 없다. 물리학=아주아주 똑똑한 영재 혹은 천재들의 영역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인데다, 그건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이번에도 한 줄 건너 한 개씩 공식이 등장하거나, 큰 맘먹고 구매했거나 대출을 받았어도 챕터 1도 제대로 못 끝낼만한 책은 포기했고, 한국인 저자가 '중생'들을 위해 쉽게 쓰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을 골랐다. 바로 '알쓸~'의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물리학자 김상욱님의 저서다.


아, 이 책도 쉬운 건 절대 아니다. 따라서 내용을 모두 이해하거나 기억하려는 섣부른 시도는 하지 않고, 그저 완독만을 목표로 했다. 저자 역시 중생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기본입자 - 원자(원자핵+전자) - 양자역학의 개념 - 분자 - 생명 - 인간 - 사회라는 기본적인 큰 틀을 보려주려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책이었다. 그 과정에서 물리학과 화학과 천문학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이분의 저서가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분야도 넘나드는 듯 했다.


하나씩 읽고, 관련 유튜브 강의도 들어보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거 가지고 시험 볼 것도 아니므로 맘편하게 글자 사이를 누빌 수 있고, 바로 이런 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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