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독서 이야기
입춘이 지났음에도 1월보다 눈도 더 많이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져 돌아다니기 힘들기에, 당분간 서식지에서 책을 보며 지내기로 했고 어쩌다가 천문 - 물리에 눈길을 돌린 김에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더 대출받았다.
별안간 우주와 별과 원자를 떠올리게 된 건 아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밝혔듯, 어린 시절에 자주 읽던 아동용 백과사전에서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진들 - 태양과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 안드로메다 대성운, 심지어 난자와 정자 등등 -을 보고 내용도 재미나게 읽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터, 그런 조그만 추억이 이 주제의 책으로 나를 끌어당겼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 아빠 엄마가 자는 동안 아빠 몸에서 빠져나온 정자들이 방바닥 장판 위를 헤엄쳐 엄마 몸으로 들어가 아기가 생긴다고 생각했으니 나름 상상력이 풍부했던 모양이다. 헤헷!
이런 호기심과 관심은 중학생이 되면서 엷어지고 고딩 때 '넌 문과'라고 규정되면서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영역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왜 문과-이과를 나누는 건지! 교과목을 딱 잘라 나누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고, 지금도 나는 이런 구분을 이해하기 힘들며, 학자들이 이걸 모르는 게 아닐 텐데 그냥 놔두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 정규교육을 마치고 나름 평생 일하다가 은퇴한 이 시점에서 다시 어린 시절의 관심사가 떠올랐고 나는 그런 호기심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한다. 오래간만이야, 친구!
[김상욱의 과학공부: 시를 품은 물리학] - 김상욱 지음
철학하는 과학자라는 부제에 대해서는 작가 자신도 난감해하는 듯, 내가 보기엔 철학보다는 인문학에 가까운 거 같다.
물리학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부담감에 대해 잘 아는 듯, 초반에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물리학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가를 말해준다. 가끔씩 물리학 이론과 농담을 섞어가면서! 그러다가 뒷부분에는 좀더 복잡한 이론이 나온다. 초반부터 그런 내용이 나오면 다들 포기했을 거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 한권 읽고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다. 심지어 저명한 물리학자들도 인간이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므로 당연한 거다.
하지만 물리학이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물리학자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를 포함하여 '그들만의 리그'와 사회 전반의 현상에 대한 저자 본인의 생각을 슬쩍 엿볼 수 있고, 거기에 등장하는 <개념의 이름에 대한 개념(?)>이 조금 생긴 거에 만족한다. 최소한 어디선가 들어봤어! 정도마저도 내게는 대단한 발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정말 관심이 있다면 앞으로 비슷한 주제의 책이나 유튜브 강의를 자주 들으면 되고 학습에도 '티끌모아 태산'의 법칙이 적용된다. 돌머리도 새기면 되는 거여!
[우아한 우주]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 심채경 옮김
저자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되어 있다. 천문학자라는 말이 전혀 없어서 잠시 의아하긴 했지만 심채경님이 번역을 담당했으니까 최소한 내용상 오류는 없을 거고, 글도 매끄럽겠지.
거기에 책의 구성 차제가 예쁘기도 했다. 이해하기 쉬운 천문학 정보에 부드러운 감상이 스며든 글과 더불어 재미있고 귀여운 일러스트 그림이 많이 실려서 지루함을 덜어주면서 이 분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었다. 대단히 특이한 구성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용 자체도 짧게는 한 페이지, 길게는 두 페이지 정도로 나누어져 있어서 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해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 말하고 싶다.
만약 우주와 별과 행성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