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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22. 2023

은퇴 후 여행을 꿈꾸시나요?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은퇴 후 가장 하고픈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상당수가 "여행"이라고 대답한다. 직장 다닐 때는 자유롭게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이제 하루 스물 네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고, 따라서 해외여행과 국내여행, 등산, 트레킹 등등 다양한 형태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야호!


나도 늘 여행을 꿈꿨다.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로든 가고 싶었다. 프리랜서이자 강사로 일하면서 매일 정시에 출근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맘대로 쓰기는 커녕 주말에도, 휴가철에도 혼자 처박혀서 일하는 게 거의 일상인데다, 직장 연수도 없고 동료도 없어서 여행을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심지어 제주도도 평생 딱 한번 2박 3일 다녀온 게 전부였다.


자, 드디어 하루 스물네시간, 일년 삼백 육십 오 일이 "Full"로 주어졌고, 여행은 낭만과 꿈, 일상탈출, 마음의 휴식, 즐거움 등의 단어와 이어지니 당연히 즐겁고 좋은 거다.


하지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홀로"와 "뚜벅이"라는 조건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두어시간짜리 둘레길을 걷든, 당일치기 여행이든, 숙박여행이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딱 그 지점에 도착할 수 없으므로 무조건 내 발로 거기까지 가야 한다. 표지판이라도 보이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주로 '네이놈' 지도앱을 켜고 방향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 물론 가기 전에 미리 보고 가기는 하는데, 막상 가면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 느끼는 막막함이란!

수영강습 첫날 물 속에 들어갔을 때, 길이 10미터 레인 세 개짜리 초보용 풀에서 몇 달을 헤메다가 길이 25미터 레인 여덟 개라는 드넓은 풀로 옮겨갔을 때 밀려들었던 막막함. 혹은 젊은 시절 미국에 몇 번 다녀올 때, 호주 유학시절, 강사시절 학교일로 출장갈 때 등 비행기만큼은 늘 혼자 탔는데, 그나마 미국은 언제나 언니가 마중을 나왔기 때문에 훨씬 덜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비행기에서 딱 내리거나 낯선 호텔 방에 혼자 들어갔을 때 밀려오던 막막함과 비슷하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경우도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선다.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버스가 자주 오지 않으니 늘 시간표를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가야하며, 하차 후에는 또다시 '막막한 상태'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뚜벅이가 좋은 이유... 

뚜벅이 여행에서는 목적지를 정하고 거길 찾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많아도 나 대신 살아줄 수는 없고, 과정을 건너 뛸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심결에 지나쳤던 멋진 세상을 보게 된다. 아, 이런 게 있었네? 이건 또 뭐지? 왜 이렇게 이쁜 거니? 다른 이들은 음식 맛집을 찾는다지만, 나는 '풍경 맛집'을 찾아내고 우적우적 먹어 치운다. 나도 모르게 핸폰을 꺼내 찰칵찰칵 찍고 돌아와서 정리하며 다시 음미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자 명상의 과정이다. 빌딩으로 꽉 막힌 도심 매연 속을 걷는 것과는 달리, 특히 내가 선호하는 여행지는 자연친화적인 장소가 많기 때문에 걷기만 해도 행복하다.


그래서 떠나고 싶어...

힘들고 귀찮아도 가야해. 한번 주저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 익숙해지면 마음이 편안하다. 재미를 알아가는 나만의 노하우도 생긴다. 가다 보면 낯선 사람들도 만나고, 세상도 보고, 다음에 무엇을 할 지, 어디를 갈 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결정적으로 어떻게 살아갸야 할지도 알게 된다.


아직은 익숙함에 젖어들며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모든 게 귀찮은 순간도 있지만 그 때마다 엉덩이를 가볍게 해야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자신을 '세뇌'시킨다. 내가 어떻게 변할 지,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는 모른다. 그냥 하루 하루 채워나가면 어딘가에 도달해 있을 거고, 그 지점에서 또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


덧붙이자면, 자주 여행을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남을 때 시작하겠다고 미루지 말고 당일치기라도 좋으니 여행다니는 연습을 하면서 미리 '시동'을 걸어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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