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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트리버를 좋아해 Mar 20. 2022

"책이요? 별로 안좋아하는데요?"



 "책읽는거 좋아하나봐?"

점식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계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아 책이요? 그냥 읽는거죠 뭐 하하"

이런 나의 무심한 대답으로 책읽기에 관한 대화가 이어나가지 못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하면 되고 아니라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하면 대화가 멈추지 않았을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실 나도 내가 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대해 잘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장님께서 내 책상에 올려져있는 몇권의 책을 보고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듯하다. 그렇다. 나는 점심, 저녁식사 시간에 남는 막간을 활용해 책을 들여다 보곤 한다. 그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을 한 후 내린 결론은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먼저 내가 책을 안좋아하는 혹은 안좋아지게 된 이유에는 어린시절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시절에 각 가정집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였다. 우리집에도 뒷부분이 넓고 크게 툭 튀어나온 모니터를 가진 컴퓨터를 아버지께서 구해오셨다. 어릴적 형과 나는 그 컴퓨터에 설치되어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재미있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나의 학창시절은 책보다는 컴퓨터게임과 인연이 깊어졌다. 우리 부모님은 게임좀 그만하고 책좀 읽어라는 소리를 매일 하셨다. 아마 이러한 잔소리를 그 당시 전국에 있는 모든 부모님들도 한번 이상은 해보셨을 것이다. 그렇게 나에게는 책장을 넘기는 습관보다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습관이 깊숙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로 나에게는 책읽기가 고통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능동적으로 뇌를 쓰려고 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 영상이나 음악을 보고 듣는 것은 상대방의 메시지를 그저 편안히 받아들이면 되는 활동이다. 반면에 글을 읽는 것은 상대방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해석을 해야하는 능동적인 작업이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는 한 단어의 뜻을 모르면 그 문장의 의미를 알 수 없고 그 문장을 해석하지 못한다면 그 문단 전체가 시사하는 바를 알 수 없다. 결국 책읽기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점을 내가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고된작업이다. 나는 일반적인 두께의 책을 읽는데에 대략 10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짧은시간에 한 문단을 스르륵 읽고 곧바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는 책읽는 활동이 힘들다.

  두번째의 이유와 같은 연장선에 있는 세번째 이유는 요즘 책보다 재밌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우리에게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유튜브 제국은 우리가 어떠한 종류의 영상을 선호하는 지를 꿰뚫고 있다. 유튜브는 우리가 자주 클릭하는 영상의 비슷한 주제를 가진 또 다른 영상을 나열해주고, 예를들어 10분짜리 영상을 자주 보면 그 비슷한 러닝타임을 가진 영상을 곧바로 노출시킨다. 이렇게 내가 알고싶고 보고싶은 정보를 인공지능이 알아서 척척 제공해주니 얼마나 편리한가. 반면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읽으려면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집어들고 펼쳐봐야 한다. 책 제목만 보아서는 내가 얻고싶어하는 정보가 들어있는 책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서점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서점에서는 특정 주제의 책들중에서 인기가 많은 것들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책을 클릭한다 해도 그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주제같은 부분만을 보여줄 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책이 맞는지를 구분해내기에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내가 읽고싶은 책을 힘겹게 고르기보다는 침대에 누워서 보고싶은 영상을 클릭만을 자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틈틈히 책을 읽고자 애쓴다. 왜냐하면 책만큼 가성비가 좋은 취미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직접 책을 구매해서 읽었지만 점점 지출되는 비용도 늘어나고 그 책이 내 방안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점점 부담스러워 지기때문에 요즘은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곤 한다. 나의 취미는 테니스를 치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다. 테니스를 취미로 삼기까지는 많은 비용이 들었다. 테니스 라켓과 신발부터 시작해서 수업료까지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최근에 다녔던 테니스 아카데미는 주2회 20분 레슨에 한달 20만원을 요구하였다. 이 학원만 특별하게 비싼것은 아니고 전국적으로 테니스 레슨비용은 이것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서너달 정도만 레슨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렐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것은 아니다. 나도 지금까지 일년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아직도 초보라는 소리를 듣곤한다. 반면 책을 읽는 취미에는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책을 직접 구매한다면 돈이 들겠지만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는 것이라면 지출되는 돈이 단 1원도 없을 수 있다. 물론 도서관까지 왔다갔다하는 최소한의 경비 정도는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책읽기의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여러 분야에 있어서 위대한 분들에게 얻을수있는 지식과 지혜 그리고 경험들과 문학작품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감성과 상상력 등 여러가지 효과를 뽑아 낼 수 있다.

  또한 주위의 어른들께서 항상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지인들에게 들려줄 얘기도 많고 대화를 잘 이끌어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 있다고 하셨다. 아버지 주위에는 그러한 친구분이 계셨는데 나름 그분을 부러워하셨던 모양이다. 또한 직장상사분들께서도 글을 많이 읽어야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록 기존에 있던 것을 답습하기 보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때 필요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게 책을 읽는 것이라고 들었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들려주는 말들이 대부분 시대에 어긋나고 고지식한 내용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어른들 말씀 중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은 버릴게 하나도 없다. 그것들은 그들이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사골과 같은 명언들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책을 읽고자 노력한다. 좋은 글이 내 손에서 나오려면 우선 좋은 글이 내 머리속으로 많이 들어와야 한다. 글을 잘 쓰려고 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남에게 잘 표현하기 위함이자 그것들을 내 마음속으로 정리를 하고싶기 때문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 머릿속에서 내가 하고싶은 내용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글을 잘 쓴다면 추후 나의 업무 역량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으며 나의 업무 외적인 영역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자주 써야하는 업무 특성상 나의 능력을 발휘해서 성과를 보여주려면 상사가 읽기에 이해하기 쉽고 논리적인 보고서를 빠르게 만들어 내야한다. 그리고 추후 혹시 책을 출간할 수도 있고 글과 관련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글쓰기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얻기 위해서는 책 읽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요즘 나는 아파트 단지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본다. 작은 도서관이라 보유하고 있는 책은 많이 없지만, 상호대차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이 우리 도서관에 배송되어 편하게 빌려 볼 수 있다. 또한 우리 기관에서 시행중인 독서자율교육이라고 해서 내가 원하는 책을 선택하면 그 책이 나에게 배송되어 그 책을 읽고 일종의 독후감을 쓰고 제출하면 일정시간의 의무교육시간을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두가지 방법을 통해 내가 원하는 책을 무료로 얻어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틈틈히 읽고 있다. 아침, 점심 그리고 퇴근 후 꾸준히 보려고 노력중이다. 자기전에 스마트폰을 보다보니 눈이 점점 침침해지는 것 같고 잠도 깊게 못자는 듯하다. 하지만 자기전에 침대에서 책을 읽으니 눈도 덜 피로하고 잠도 푹 잘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나는 책읽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보려고 한다. 책읽기라는 습관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그 습관이 나에게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주기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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