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업 화이팅
나에게는 중학교때부터 만난 절친이 있다. 중학교는 같이 다녔지만 그 친구는 기계공고, 나는 인문계고교에 진학을 했다. 친구는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 익혔던 여러 기술들을 가지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나와 또다른 친구들은 캠퍼스생활을 즐기는 반면 졸업하자마자 갖은 고생을 하는 그 친구를 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그 후 나와 비슷한 시기에 군복무를 마치고 나는 공무원시험을 위해 독서실 이용권을 끊었고, 그 친구는 해외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친구는 우선 어학연수를 위해 필리핀으로 갔고, 그 후 같은 필리핀 어학연수 학원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함께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호주로 떠났다. 그들은 호주에서 이런저런 힘든 일을 하면서 고생도 했지만 나름 여행도 즐기면서 진정한 워킹홀리데이를 보냈었다. 그러던 도중 그 친구가 어떤 타일시공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업체는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다소 힘든점도 많았지만 본인 손으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너무나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그렇게 타일일을 1년 정도하고 난 후 비자기간이 만료되어 어쩔 수 없이 귀국을 했고, 그 친구는 타일업을 계속 배우고자 서울에 있는 타일업체에 들어갔다. 친구의 첫 서울라이프를 응원했고 워낙 야무진 친구라 잘 적응하겠거니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서울업체 사장님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고 타일 기술은 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임금도 제때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생활은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너무나 많은 나머지 버티기 힘들었고 그러자 결국 그 친구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나름대로 호주랑 서울에서 타일 일을 해본 경험이 많아서그런지 여기서도 나름 괜찮은 사장님을 만나 일을 순조롭게 시작했다. 그렇게 3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점점 그 친구는 자기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해서 독립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배울 수 있는 기술들을 모조리 섭렵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일 잘한다는 인정도 받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점점 가면갈수록 사장님과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본인의 실력가치에 비해 너무 적은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그 친구의 독립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 잘한 결정이라고 그동안 고생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고생을 해보자고 응원을 해주었다.
독립을 하는 과정에서 그 친구는 "근데 타일업체 이름을 어떤걸로 하지?" 라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흔히들 보이는 일반가게들은 간판을 달고 물리적인 장소에서 운영을 하기때문에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가게를 보고 찾아오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타일업체는 물리적인 사업장이 없는 경우가 많고 주로 명함과 입소문으로 수주를 해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잊혀지기 힘든 특별한 이름으로 정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친구의 앞길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그런지 진지하게 그 고민을 함께해보다가 번뜩 떠오르는 이름이 생각났다. 바로 '돌고래타일' 이라는 이름이다. 이 이름을 들은 그 친구는 "무슨 돌고래냐, 좀 멋있는 이름없어?" 라며 피식 웃었다. 나는 이 '돌고래'라는 이름에 꽂힌 나머지 이 친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이 돌고래라는 이름에 꽂힌 이유를 설명하겠다.
첫번째, 돌고래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 때문이다. 돌고래는 지능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동물들 중 하나이며, 대략 70~80정도의 아이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대략 인간의 7~8세정도의 수준이며 심지어 일부 돌고래들에게는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한다. 또한 돌고래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어 서로 소통하며 지내는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게다가 돌고래는 외적으로 귀엽고 돌고래쇼에서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사육자의 말을 잘 듣고 교감을 잘하는 등 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가지고 있는 돌고래의 이름을 타일업체와 접목시킨다면 발주를 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타일시공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타일업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 만약 돌고래타일이라는 업체이름을 딱 들었을때 그들의 무의식에는 아마 위와 비슷한 이미지들이 자리잡을 것이다. 시공을 하면서 문제점이 생겨도 영특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며, 발주자가 원하는 시공스타일에 관해 서로 잘 소통하며 의견을 나눌 것이고, 공사를 한다는 거친 느낌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친화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따라서 돌고래가 가지고 있는 너무나 많은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돌고래타일'을 업체명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홍보를 하기에도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타일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영업이 필수적인데 특히 요즘에는 SNS를 통한 영업이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홍보전략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홍보를 하는 제일 흔하고 기초적인 수단은 명함을 주는 것인데, 명함디자인에 귀여운 돌고래캐릭터를 넣는다면 명함을 받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없애고 친근하게 다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네이버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할때도 대표적인 프로필사진을 추가해야 하는데 자체적인 돌고래 캐릭터를 넣어준다면 그냥 SNS를 훑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타일의 색중 하나도 돌고래와 같이 회색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재료인 돌고래를 활용함으로써 업체 홍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무엇을 하든 남들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다.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다른 업체는 보통 'S타일', '골드타일', '스마트타일', '신세계타일' 등 영어를 조금섞어가며 대놓고 있어보이는 듯한 타일업체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본인도 나름 첫사업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처럼 조금 있어보이고 그럴듯한 이름을 쓰고싶다고 한다. 물론 조금 특이한 이름을 가져 리스크를 걸기보다는 남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타일대로 해서 부담을 덜고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면 남들이 하는 수준까지밖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인테리어 시장이 워낙 커지면서 경쟁업체들이 많이 참여하는 이 타일시장에 독보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전략을 짜야한다. 바로 그게 남들과 다른 네이밍(naming)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업체를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위의 다른업체들 이름처럼 대놓고 멋지고 있어보이는 이름은 오히려 발주하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겉으로 말끔하고 멋져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경험해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가벼운 이름같지만 그 속뜻을 생각하면 깊은 의미를 심어줄 수 있는 이름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타일(tile)이라는 단어자체가 영어이기때문에 그 앞에 붙는 명사 또한 영어를 쓰기보다는 한글을 사용해야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보다 균형잡히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남들이 가지않는 다른 전략을 취하는것이 내친구 업체의 성공에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시도하든 그 이름이나 제목 등을 잘짓는 것에 그 일에 있어서 성공의 절반이 달렸다고 생각한다. 가령 유튜브를 봐도 채널명이나 영상의 썸네일이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로 잘 뽑아내면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곤 한다. 또한 책을 출판할때도 제목을 잘 짓는 것이 책의 발행량에 큰 결정을 한다고 한다.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 하는 것도 글 제목에 따라서 조회수가 많이 바뀌는 듯해 보인다. 이렇듯 사업을 할 때도 사업체이름을 잘 지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너무 표면적으로 대놓고 이 책을 봐야한다는 등, 이 영상을 안보면 후회한다는 등, 이 가게가 최고맛집이라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는 재목이나 이름을 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주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인상때문에 초반에는 인기를 끌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제목이나 이름이 가진 숨은 의미를 은은하게 알릴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여야 장기적으로 봤을때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남고 오히려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돌고래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특징들을 내 친구의 사업체 이름과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줌과 동시에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결론 : 그친구는 내 말 안듣고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로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