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사이 2번의 소개팅
2022년 현재 나이 29살. 지금까지 대략 5번의 연애 및 10~15번의 소개팅 경험. 이러한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깨달은 바가 몇가지 있다. 그중 첫번째는 남자가 더 좋아해야 오래 연애를 할 수다는 것이다. 다섯번의 연애중 다섯번 모두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나를 더 많이 좋아하는 경우였다. 이것은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상대방의 그 때 그 감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다섯번의 연애모두 1년이상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별한 뒤에는 남들처럼 그렇게 아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사실 그 모든 연애의 끝은 내가 차버리거나 내가 차이도록 의도하는 두가지 스토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깨달은 바는 머리로는 외모를 안보겠다는 다짐을 해도 내 가슴은 외적인 것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애나 결혼에 관해 주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하는 얘기는 "외모가 중요한게 아니고 착한게 최고야~!", "얼굴은 그거 오래못가~ 가치관이나 취향맞는 것이 중요해" 라는 등의 말들이었다. 이런 말들을 머릿속에 한글자 씩 새겨넣은 채로 소개팅을 거쳐 연애를 시작했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약간의 아쉬움이라는 찬바람이 내 마음을 식게 만들곤 했다. 마지막으로는 이사람 저사람 여기저기 많이 만나기보다는 제대로 한사람만을 바라보고 올인하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먼저 결혼한 지인분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가 하나같이 다 "많이 만나봐야 해~ 그래야 후회안한다", "결혼하기전에 많은 연애경험을 쌓아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어~" 라는 조언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소개팅이 들어오는 대로 한번의 거절없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만나보곤 했다. 사실 소개팅이라는게 주선자가 나를 좋게봐주기 때문에 제안을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지금 이 제안을 거절하면 다음에는 기회를 주지않을까라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여러번의 소개팅 끝에 얻은 것은 결국 까다로워진 내 눈이고 버려진 것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감정들이다.
지난 한달간 2번의 소개팅을 했다. 나를 좋게봐준 주선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 중 첫번째 만났던 분은 같은 직장을 다니시는 동갑내기 여성분이셨다. 같은 회사라 조금 망설임은 있었지만 다른 직렬이라는 점과 회사 내 직원의 수가 워낙 많다는 점들이 나의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물론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기때문에 성사가 되었을 것이다. 보통 늘 하던대로 첫만남 약속을 잡기전 미리 카톡을 주고 받았다. 나는 웬만하면 만나기전에 카톡을 최대한 안하려고 하는 편이다. 미리 카톡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막상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만나면 앞의 경우보다 더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금만 카톡을 하고 난 후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첫만남 장소는 소개팅 국룰 중 하나인 파스타집이었다. 우리가 소개팅을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서인지 우리는 도착하는 대로 먼저 안으로 들어가 앉아있는 대신 추운 겨울 파스타집 문밖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약속시간보다 2~3분 일찍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 멀리서 두리번거리면서 걸어오는 것으로 보아 내 직감으로 그분으로 추정되는 여성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내 직감이 정확했다. 서로 인사를 건네고 함께 들어갔다. 파스타집으로 딱 들어가는 순간 '아 소개팅인 상황을 들킬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왜냐하면 식당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고 음악소리도 조용했을뿐더러 내부 규모가 사진과는 달리 엄청 좁아서 우리의 대화소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소개팅이 무슨 죄짓는것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닌데 뭔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분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간단하게 파스타와 리조또 그리고 샐러드를 하나씩 주문하고 조용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식당안이 너무나 고요한 나머지 소개팅 상황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 얘기만 주구장창 떠들고 나왔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더 하고싶어서 바로 옆에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는 그 식당과는 달리 규모가 넓고 적당한 소음이 섞여있어서 부담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는 일얘기는 일절 하지않은 채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에 대해서 공유를 했다. 대화의 내용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공감하고 칭찬하면서 상대방의 과거와 미래를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나와 너무 잘맞았다. 이분의 가치관과 취향이라면 평생 함께 앞으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도 너무 좋다고 생각했을 만큼 잘맞았다. 너무 대화가 잘 통했던 나머지 카페에서 2시간이라는 꽤 긴 시간이 흘렀고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고 하셔서 괜찮으시면 집근처까지 바래다드려도 괜찮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흔쾌이 좋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추운겨울 무사히 집근처까지 차로 바래다드리고 나도 집으로 귀가했다. 집으로 오고나서 카톡을 이어나갔는데, 그분께서 '재밌었다고, 동갑끼리 말편하게하자고, 다음에 언제또 볼수있냐고' 라는 톡을 보내셨다. 하지만 난 수많은 고민끝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카톡을 끝냈다.
카톡을 끝낸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첫인상이 외적으로 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외모도 어느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모를 아예 안보고 선뜻 만났다가 마음이 금방 식어버리는 결과를 여러번 느꼈다. 그렇다고 그분이 못생기셨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냥 단순히 나만의 외적 이상형에 맞지 않았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다. 펙트로 얘기하면 파스타집과 카페에서 나온 음식과 커피값을 내가 다 지불했다. 계산을 할 때도 뭔가 이상했다. 보통 상식적으로 상대방이 계산을 했다면 잘먹었다는 말한마디는 해줄 수 있는거 아니겠는가. 타이밍 상 고맙다는 말을 놓칠 수는 있다. 이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나는 당연히 그분이 계산하겠지하고 카드를 꺼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도 나와 같이 커피를 주문만하고 가만히 있는게 아니겠는가. 잠시 몇초간의 정적이 흐르자 나는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먼저 카드를 꺼내들어 종업원에게 드렸다. 여기서 더 실망을 한게 내가 카드를 꺼내 드리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고작 음식, 커피값을 계산안했다는게 카톡을 끝낼만한 이유가 될 수 있냐고라고 할 수 있다. 계산 타이밍상, 개인적인 사정상 지불을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지불하기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도 예의상 말이라도 잘먹었다, 잘마시겠다는 말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끌리지 않아도 대화가 너무 잘통해서 다음에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그렇지만 두번째 이유가 뭔가 찝찝해서 카톡을 그만하기로 했다.
두번째 소개팅은 다른 직장에 다니는 나보다 한살 어린 여성분이셨다. 나랑 같이 일하고 있는 동생의 친구라고 한다. 앞에 소개팅했던 분만큼이나 꽤나 가까운 관계다. 주선자가 "형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에요. 수수하지만 수수하지않은" 라고 할만큼 외모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이번에도 또한 카톡을 조금만 하고나서 약속장소와 시간을 잡았다. 장소 또한 앞에와 같이 파스타집이었다. 앞에와 같이 파스타집 문앞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앞에와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나름 사람도 많고 테이블간 간격도 넓어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기대했던것처럼 그분의 외모는 나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듣던대로 수수하지만 수수하지않게 예쁜분이셨다.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고 다먹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가 먼저 계산을 했다. 앞에 분과는 다르게 너무 잘먹었다고 자기가 커피사겠다고 카페로 향하자고 제안하셨다. '그래, 이게 맞지, 이게 정석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는 조금더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대화의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근데 이번에는 반대로 대화가 조금 뚝 뚝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성향이 완전 반대였다. 나는 조금 지나치게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그분은 퇴근하면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신다고 한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 없으면 그냥 집에만 있는다고 한다. 주말에 특별한 일없으면 어떻게든 그 특별한 일을 만들어내는 나의 성격과는 정반대였다. 그러니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어도 이어나가기가 다소 힘들었다. 별다른 취미는 없으시고 술도 못드시는 분이셨다. 나는 상대방이 술을 어느 정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연애를 하면서 같이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데이트를 하고싶다. 아무래도 술이 조금 들어가야 약간의 심도있는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앞에분은 나름 술도 좋아하시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시고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면이 나랑 잘맞고 재밌었다. 이번 분은 외적으로는 나의 마음을 흔들정도로 아름다우셨고 말투나 성품도 너무 좋으셨지만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연애를 무슨 재미로 하냐고 하시는분도 있겠지만 이건 모두 본인만의 연애관이 있는법. 그래서 카페에서 헤어지고 이번에도 카톡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위에서부터 썼던 문장들을 한번 쭉 읽어보았다. 첫번째분은 취향이나 가치관은 비슷했지만 외적으로 끌리지 않았고 내 기준에서는 조금 무례한 면이 있어서 연락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두번째분은 외적으로도 끌렸고 무례한 점은 하나도 없었지만 가치과과 취향이 나와 정반대여서 카톡을 그만했다. 그래 맞다. 나는 다소 까다롭다. 아니 까다로운게 당연한걸까? 모든걸 만족시킬만한 상대방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걸까? 어떤분은 나에게 "이상형을 설정할 때 이런점도 가지고 있어야하고, 저런점도 가지고 있어야해라는 관점이 아닌 이런점만 없으면 돼, 저런점만 없으면 돼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좋을거야"라고 얘기한다. 이분의 말이 맞을 수 있다. 외모도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야하고 가치관도 맞아야하며 취향도 비슷한 사람을 만날거야라기보다는 무례한 사람만 아니면 되고,아니면 내향적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게 좋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생각만 가진다고 해서 나의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점들이 있는만큼 상대방도 기대하는 게 있는 법이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나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자. 내 가치관을 바꾸기 어려울 수는 있어도 취향은 변할 수 있고 다른사람의 취향은 얼마든지 존중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 무례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우선 나의 언행에 무례한 점이 있는지 먼저 뒤돌아보도록 하자. 상대방의 외모를 따지려면 우선 나의 외모가 제대로 가꾸어졌는지를 보자. 앞으로의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