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냐구요?

by 채작가

글을 쓰기로 했다.


회사 지인이 함께 글을 쓰고 나누지 않겠냐고 제안하며 우연한 기회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이라.. 성인이 된 후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써본 적은 없었다. 업무 보고만을 위해 빼곡하게 명사들을 나열하고 그럴싸한 이미지와 도형만 그려 넣은 보고서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다 똑같아 보이던 보고서 중에서도 잘 쓰인 보고서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글은 재미가 있고 사람을 끌어당긴다. 나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학창 시절 이과로 진로를 정하고 나서는 대학시절까지 모두 숫자와 알파벳(기호)으로 수식을 표현하는 수학적인 글만 써왔던 것 같다. 그때는 ‘좋은 글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가 그럴싸한 문과들의 허울뿐인 자긍심이고, 과학기술이 지배한 현대사회에서 글쟁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알 수 있다. 글 쓰는 능력은 사람들을 움직이고 설득하며 언제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었다. 모든 것을 이성과 논리로 판단해 오던 나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구나.


말은 글과 비슷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말은 관성이 있어 한번 뱉다 보면 뱉은 말이 다시 내 귀에 들어와 나를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애매하게 생각하던 것들도 한번 뱉기 시작하여 내가 뱉은 그 말을 내가 듣는 순간, 난 어느새 완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방향으로 한껏 틀어있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맘껏 쓰다가도 수정하고 언제든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다시금 내가 쓴 글을 읽어봐도 내 생각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생각의 정리가 되기 전까지는 글을 완성하지 못한다. 이게 온전한 나의 생각이겠지.


이 점이 참 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영원한 것.


독서도 글쓰기도 크게 관심 없던 내가, 어느새 작게나마 작가의 꿈을 갖게 되었네. 누가 읽어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첫 글. 마음에 많이 남겨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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