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한라산에 오르는 취미가 생겼다.
처음 올랐던 건 6년 전쯤으로, 올해로 벌써 6번째 눈으로 덮인 한라산을 다녀왔다.
처음엔 그저 설산이 예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다.
올라가는 몇 시간 동안 마주하는 작은 동물들에 놀라고, 나를 감싸안는 듯한 아름다운 대자연에 감탄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경사진 계단을 보며 스스로의 인내심을 확인하며 나의 생각의 수레는 정상까지 돌고 돈다.
내려올 때는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올라왔던 거지?’라는 생각만이 지배한다. 내가 걸어온 길에 내가 놀라게 된다. 그러다 내가 살아온 삶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쌓인 작은 일들이 모여 일 년을 채웠구나 싶다. 순간순간의 작은 선택들이 여기까지 나를 흘러오게 했구나 싶다. 별 대단한 감정은 아니다. ’ 여기까지 어떻게 오긴 왔구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작은 대견함과 ‘살다 보니 인생도 별거 없구나’하는 작은 씁쓸함이 함께 뒤섞인다. 그래 원래 이렇게 사는 거지. 산에 있는 그 몇 시간 동안 정리되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개운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연말이 되고 겨울이 되면 한라산을 떠올리는 듯하다.
이제는 한라산을 오르고자 마음먹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매년 크게 변하지 않은 듯 알게 모르게 달라진 나를 확인하려고, 조금은 게을러진 스스로에 대한 고삐를 당기려고, 또 한편으로는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올 겨울에도 한라산을 다녀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