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만든 제품은 왜 설레지 않을까

by Robin 임봉규


회사에 다니며 종종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카메라와 같은 소비재 제품의 디자인, 성능, 광고 모델 같은 핵심 결정이

과연 누구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실제 소비층과 20~30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임원이나 사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소비자의 욕구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릅니다.


이런 생각은 오래전 본 영화 한 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톰 행크스가 젊은 시절 주연했던 영화 빅(BIG)입니다.

어느 날 어린아이가 갑자기 어른의 몸이 되고,

우연히 장난감 회사에 입사해 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어른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사고방식과 감정은 여전히 아이의 상태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회사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회의실에서 그는 복잡한 시장 분석이나 전략 용어 대신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장난감이 재미있는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까”라는 질문입니다.

이 단순한 기준은 실제 소비자의 반응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회사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소비자의 마음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 많은 기업의 현실과 겹쳐 보입니다.

보고서와 통계는 넘쳐나지만,

정작 소비자의 감정은 숫자 뒤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과 임원의 개인적 취향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순간,

제품은 무난해지지만 설렘은 사라집니다.

능은 충분하지만 사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문제의 본질은 나이가 아닙니다.

소비자와의 거리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소비자와 직접 만날 기회는 줄어들고,

조직 내부 논리 속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으로만 남게 됩니다.

실제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신입사원이나 대리급 직원의 의견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참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합니다.

소비자의 감각과 멀어진 순간, 제품은 외면받습니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젊은 직원을 제품 기획과 평가의 전면에 세우고,

임원이 직접 소비자 체험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배려가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영화 빅(BIG)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소비자의 마음까지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시선입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보고,

소비자의 감정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조직 안에 살아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어른이 만든 제품이 설레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소비자의 마음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거리를 줄이려는 노력 없이는 어떤 전략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 보신 분은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웬만한 경영지침서보다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