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항공권을 예매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비즈니스 클래스는 이코노미의 세 배이고, 퍼스트 클래스는 여섯 배쯤 되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좌석이 조금 넓다고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야 하나 싶어집니다.
이 질문에는 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10시간 안팎을 날아야 하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입니다.
짧은 노선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장거리 노선에서 항공기 한 편이 뜨는 비용은 거의 고정돼 있습니다.
연료비, 기체 값, 정비비, 조종사와 승무원 인건비, 공항 사용료는 좌석 등급과 무관합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나는 순간 이미 대부분의 비용은 발생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거대한 비용을 누가 더 많이 부담하느냐입니다.
여기서 비즈니스석과 퍼스트석이 등장합니다.
장거리 비행에서 이 좌석들은 사치가 아니라 선택지가 됩니다.
비즈니스 승객은 좌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삽니다.
퍼스트 승객은 목적지가 아니라 도착 이후의 컨디션을 삽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항공편 전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이코노미석이 존재합니다.
소수의 비싼 좌석이 큰 비용을 떠안고, 다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항공업계에서는 “장거리 노선은 비즈니스석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제 가정을 하나 해봅니다.
모두가 이코노미석만 탄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두가 같은 좌석이라면 더 공평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항공사는 동일한 비용을 모든 좌석에 나누어 얹어야 합니다.
이코노미 요금은 지금보다 훨씬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금 구조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역시 소수의 고액 납세자가 전체 세수의 큰 부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상위 소득 계층이 소득세 대부분을 냅니다.
그 덕분에 다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로 도로를 쓰고, 군대를 유지하고, 학교와 병원을 이용합니다.
이 구조가 아니면 국가는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이 역시 늘 논쟁거리입니다.
많이 내는 쪽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적게 내는 쪽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회를 유지하는 관점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만약 모두가 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담은 급격히 커지고, 시스템은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더 많이 내야 전체가 유지됩니다.
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즈니스석과 퍼스트석은 특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비용 분담 장치입니다.
이코노미석이 지금 가격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거리 하늘에서는 불편한 불균형이 오히려 합리입니다.
누군가는 넓은 좌석을 타고,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냅니다.
그 덕분에 다수는 이동하고, 비행기는 뜹니다.
모두가 이코노미라면 더 평등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권은 더 비싸질 것입니다.
하늘에도, 땅에도 공짜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