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아주 특별한 이혼 가족 이야기(1)
1. 2003년 5월 8일
내 생각과 감정을 잘 말할 줄 알고 글로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난 내 감정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고
가족과 친구들이 “좋아”라고 하는 생각들에 맞춰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거였다.
그게 문제였나 보다.
나에게 문제가 생긴 걸 알았다.
소심한 성격에 조심성이 많은 아이인 줄만 알았던 나는 사실 활발함이 가득한 아이였다.
친구들도 많고 그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집에서도 첫째 딸로 동생의 언니로 바르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어찌 보면 칭찬에 목마른 아이처럼 칭찬받으려고 행동했던 거였을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사춘기 때도 딱히 문제가 있지 않았다.
사춘기 시절 IMF가 터져 아빠는 집에 계시고 엄마만 직장에 나가시던 시기에도
내가 유별나지 않은 사춘기를 보내자 엄마가 나에게 너무 고맙다며 절절하게 편지를 써 주셨던 게 기억난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제한이 없이 부모님이 해주실 수 있는 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고, 난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과 지원 속에 아주 안정적으로 자라났다.
5월의 그날 동생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확실히 그랬다.
대학 진학 후 금요일 수업을 다 끝내고 서둘러 기차를 타고 집에 올라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동생이 전화를 했다.
“언니 어디야? 언제 집에 도착해?”
“나 곧 있으면 영등포야. 1시간 정도면 집에 가겠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냥 빨리 와. 오면 말할게. 근데 빨리 오면 좋겠어.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