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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그리다 Oct 13. 2021

아플 땐, 말해도 돼.
힘들 땐, 울어도 돼. 서럽게.

나와 나의 아주 특별한 이혼 가족 이야기(3)

2. 시간을 흘려보내다.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주말이 지났고 

다시 일상이 계속되었지만

 나는 달라졌다. 


 잘 웃지도 말하지도 않는

 더 조용한 아이가 되었다. 


내가 말을 시작하면 

내가 겪은 일들이 사실이 될까 봐 

두려웠나 보다. 


그 후로 몇 년간 

아무에게도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숨겼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답답하고 두려웠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건...



 

평소 전화를 잘하지 않는 내가 

갑자기 한 전화에 다른 인사말 없이


 "너 밥은 먹었니?" 


하는 내 오랜 친구의 질문에 

눈물이 쏟아지는 걸 

겨우 삼키며 


"응"


하고 겨우 짧은 대답만 토하고 결국엔 울었다.


 한참을 가만히 내 울음을 들어주던 친구는 다른 말없이


 "밥 잘 챙겨 먹고 다니고 아프지 마!"


라고 했다. 


친구가 건넨 그 말이 바사삭 거리던 

내 마음에 물을 주었다.


  매일이 너무 힘들고 길던 그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내 말에 

장난기 많던 선배는


 "그냥 지금의 네 나이에 맞게 

천천히 자라면 돼. 

지금의 너로도 이미 충분하니 

너무 빨리 크려고 하지 마. 

그러지 않아도 돼."


라고 했다.


 친구들이 건넨 따뜻한 배려 넘치는 말이 

나를 더 많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었다.




 그렇게 몇 년이 그냥 흘렀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었고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가는 일이라고는 강아지 산책이나 

강아지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는 일뿐......


 함께 사는 엄마와 동생과도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작하면 곧 싸우게 됐으니까...


 엄마가 출근하고 

동생은 아르바이트를 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 남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냥 그렇게 혼자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냥 세월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며 지냈던 것 같다.

빨리 나이 들길...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년의 시기가 빨리 다가 오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흘려보냈다.


 삶에 의욕이 없었다.


 삶이 재미가 없었다. 


모든 게 넉넉하고 따뜻하던 내 삶이

 스물한 살 5월 어버이날부터 멈춘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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