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시작

DAY+0

by 송대근
어제도 술을 마셨다, 아니 어쩌면 오늘.


어둠이 잠에 들면 일어나는 피로감.

철저하게 약속된 늦은 기상.

부드럽고 친근한 자괴감.


이렇게 될 거라고 열두 시간 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술을 마셨다.


왜?


'심심해서'


나는 전형적인 주부형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앓는 게 아닐지도. 나의 이명 일지도.


내가 주부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의 음주충동의 가장 심층부에는 '심심함'이 똬리 틀고 있다.


나는 심심하면 술을 마신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여유가 생긴 주부가 숨어서 술을 마시는 모습에서 이름 붙여진 주부형 알코올 중독은, 자신이 매몰되어 있던 대상이 사라지면서 그 시간의 여유를 술로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라 하겠다.


개선의지가 있다.

일 년간 입에 술을 대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에 완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음주충동은 죽지 않는다. 다만 숨을 뿐이다.


다년간 금주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내린 결론은, 삶을 정신적, 관계적, 육체적으로 파괴하는 자해충동에 가까운 나의 성질을 억압하는 것 외에 수단은 없다는 것이다.


그 구속구로 연재글을 선택했다.


매일매일, 쉼 없이 떠오르는 나의 음주충동을 기록하며 그날의 충동을 넘어선 나의 모습을 공유하며 금주를 이어나갈 이유를 설정했다.


만약 내가 금주에 실패한다면, 연재글은 올라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술을 마시고 글을 쓰진 못하니까.


아마, 오늘 저녁만 되면 또 술 생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 참아내고 넘어서는 과정이 다양한 형태로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반복적이고 지루할지도 모르는, 한 알코올 중독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 그리고 파괴된 나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 될 것이다.



금주의 장점 따위를 말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술을 안 마시는 것이 정상의 삶이고

술을 마시는 것은 정상이하의 삶이기 때문이다.


금주한다고 딱히 도움 되는 것은 없다.

그게 기본 값이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이미 정상이하의 피폐하고 파괴된 삶을 살고 있으니, 그저 정상치로 돌아가려는 수준의 미미한 이점만 있다.


그러나 계속 음주를 선택한다면, 삶은 바닥을 뚫고 나락의 심층부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알다시피, 그 심층부 끝의 최종 도착지는 지옥이다.


간암에 걸리든, 사고사를 당하든, 정말로 삶이 끝나게 된다.


상승은 막혀있고 하락은 무한대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