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심 소금구이가 나왔다.

DAY+1

by 송대근
그리고 맥주 한 캔.


붉게 핀 불판에 이슬 맺힌 고기를 한 점.
날 것과 불 탐의 경계선 어딘가 네가 있을 때,

나는 한 잔 안 할 수가 없다.


주말에 맛있는 고기구이 먹으면서 맥주 한 잔.

너무나 친숙한 장면이다.


그리고 난 그 이후도 알고 있다.

한 캔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주부형 알코올 중독은, 폭음형과 결합되어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면 저녁 여섯 시쯤 된다. 아직 잠들기는 이른 시간이다.



그럼 심심하니 술이나 마실까?

아니야, 어제도 먹었잖아. 먹지 말자.

하지만 이미 한 캔 먹었는데?

그럼 한 캔만 더 마실까?

(마시고 난 뒤)

어차피 이미 먹었는데, 금주는 내일부터 하자.

그래 실컷 마시자!!



수년 간 빠져나오지 못한 음주충동은 위와 같이 나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 잔의 술도 허락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면서 한 잔씩 하는 게 우리 일상에 녹아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 나처럼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술을 너무나 사랑한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내 아내와의 약속도 저버리고 몰래 술을 마시러 다닌다.

마누라 팔아 술 마실 미친놈이다.


그래서 나는 술을 증오한다.

이렇게까지 내 삶을 비틀어 놓고

너 없인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심어버린 너를 증오한다.


아니, 난 너를 증오하지 않는다.

너는 그저 거기 있었을 뿐. 나를 유혹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증오한다.




오늘의 음주충동은, 증오로 넘겼다.

이전 01화금주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