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지만 나만 치열한 일요일.

DAY+2

by 송대근
낮술 한 잔 때리기 좋은 날.


하늘은 언제나처럼 푸르고

바다는 언제나처럼 푸르르니

한 잔 푸라는 뜻 아니겠는가?


휴일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마신 다음날과는 사뭇 다르다.

이 또한 알고 있었다. 원래 그랬다.

난 원래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다.


연휴의 시작일, 일어나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켰다.

동생에게 전해야 하는 경제 이야기를 정리하고 나의 연대기도 다듬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수화기 너머로 미쯔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잘 짖지 않는 강아지인데, 무슨 일일까.


통화를 끝내고 오늘의 금주일기를 열었다. 이곳은 아직도 오전 11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다. 술 생각은 아마 오후 2시쯤은 되어야 날 것이다.


무언가 열중해 있을 때는 술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의 음주충동의 기원은 '심심함' 이기에 심심함을 제거할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설연휴가 5일이나 기다리고 있다.

연휴는 내 금주를 방해하기에 꼭 알맞다.


나는 연휴 동안 고향방문이나 가족과 보내는 게 불가능한 처지이기에 대부분은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감시의 눈초리가 없으니 술에 손이 가는 것도 자연스럽겠지.


돌이켜보면 나는 부부이혼 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한다. 사랑과 전쟁, 결혼지옥, 이혼숙려 등등... 부부간의 갈등을 그려낸 작품들이 좋다.

그 프로그램들을 보면 세 번에 한 번 꼴로 알코올 중독자들이 나온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술을 마시고 서로에게 폭언을 하며 논리 없이 감정소모만을 반복한다.


나는 그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며 술을 마셨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어 따라 하는 걸까?

그건 결코 아니다만.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없으니 어떤 모습일지 쉽게 상상은 가지 않는다만, 추정하자면 굉장히 이질적이고 괴상한 광경일 것만 같다.

간경화 환자가 간암 환자를 보면서 술을 마시며 즐기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직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묵직한 느낌이 든다. 간인지 쓸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내 몸이 이틀 전의 독을 다 해결하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 독이 다 해독될 때까지는 음주충동은 숨어있을 것이다. 몸이 나아진 기미가 보이면 다시 나타나 기승을 부리겠지.


한 번은 그런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술을 마신 뒤, 금주를 선언하며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며 냉장고에 있던 술을 모두 버렸다.


하지만 결심은 그때뿐, 저녁거리를 보러 나섰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냉장진열된 술의 쇼케이스였다.

그리고 그 앞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렸다. 결국 술을 사지는 않았지만 시간문제일 뿐. 한 달 뒤 다시 술을 마셨다.

마약 중독자와 같이 나는 중독된 대상의 단어나 형태만 보아도 뇌가 먼저 활성반응을 해 버린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나의 대뇌와 뇌하수체에서 깊이 학습되고 각인된 결과이리라.


그렇기에 쉴 틈을 주면 안 된다. 한눈팔 수 없도록 스스로를 몰아넣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피곤해 곯아떨어지도록 무언가에 매몰되어야 한다. 무엇이든 좋다. 만약 마땅한 게 보이지 않는다면 컴퓨터를 켜라. 스마트폰도 좋다. 계속 너의 느낌을 휘갈겨 내려가고 생각을 정돈해라. 뇌가 창작의 한계에 달해 뿌옇게 느껴지며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그때는 글을 놓아도 좋다. 그리고 곧바로 누워 잠들어라. 지루한 음악을 틀어놓고 끔뻑끔뻑 잠들어라. 그렇게 오늘 하루도 넘겨라.


오늘 하루는 저녁 9시까지 글만 정리하다가, 피곤한 채로 쓰러지듯 누워 잠에 든다.


그렇게 또 하루의 음주충동을 억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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