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하다.

DAY+3

by 송대근

설 연휴를 맞이하여 대청소를 했다.

방 안에 오래된 술병들을 치운다.


청소를 하는 것은 나의 과거인가.

아니, 과거는 청소해서는 안된다.

더러운 짓을 저질러놓고 청소로 깨끗해진 척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각인 새기고 죄삼아 반성하며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과거. 나는 주로 맥주를 마셨는데, 하루에 3L 정도, 매일 마셨다.

지금도 마시라고 하면 그 정도는 마실 수 있다.

또, 낮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저녁에서야 음주를 끝낸다. 멈추기보다는, 정신을 잃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적었지만, 20대 초반에 술을 마실 때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것이 올바른 술을 먹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었다. 추해질 때까지 취하지 않으면 그건 술 마시는 게 아니라고.

지금에서야 자해나 마찬가지라는 행동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아무튼 과거의 나는 그랬다.


음주자해로 내가 얻은 상처는 아래와 같다.

무단횡단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담벼락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문에 찧어 눈썹이 찢어졌다.

길거리에서 잠들어 목에 담이 걸렸다.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에서 떨어졌다.

술에 취해 개를 괴롭히다가 물렸다.

오징어를 씹다가 어금니가 부러졌다.

간에 낭종이 생겼다.

당뇨가 생겼다.

고지혈증이 생겼다.

단백뇨가 생겼다.


또 있을까. 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얻은 상처는 남에게 준 상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은, 육체와 관계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자기학대적 생각이 분명하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는가.

없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다양한 목표와 새로운 관계 더 나아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잘 표현할 줄 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자신이 사랑의 대상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를 본 기분이다. 귀엽다거나 징그럽다거나 맛있어 보인다거나 하는 감정조차 들지 않고 그저 대상으로 여겨진다. 나 자신이 대상화된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하는가, 응당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진심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 사랑받고 싶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랑받을만하면 사랑해 주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마음에 들면 사랑하고 아니면 말던가. 사랑받으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나에게는 사랑의 갈증은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나를 사랑해 본 적도 없고 사랑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은 안다. 이것은 감정에 의한 사랑이 아니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랑에 가깝다.




오늘은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이전 03화평화롭지만 나만 치열한 일요일.